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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15. 2024

가족친화기업 인증 담당자입니다

85 vs. 15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내 삶이 된다  (우에니시 아키라)




내가 나에게 한 혼잣말이 내 일이 되었다.


내가 다니는 공공기관은 여성가족부 및 가족친화인증센터에서 주관하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는다.

과거에는 선택이었는데, 최근에는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에 의무화되었다.


올 1분기 조직개편과 업무조정 결과 인사/노무/ 근태 관련 업무가 우리 팀으로 넘어왔고, 어쩌다 보니(업무분장은 항상 이런 시나리오다) 내가 가족친화 업무를 맡게 됐다.


나는 복직 후 육아기 단축근무를 최장 기간 쓰면서, 고용노동부와 고용보험을 친추(친구추가)했다. 사내 인사담당자도 잘 모르는 과정이기에 내가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작년 4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제안된 '육아시간' 도입 안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정을 개정하려면 여러 절차가 많고, 지지부진하기 마련이라 그 과정에서 '차라리 내가 해야 속 편하겠다'는 말을 나한테만 들리게 수도 없이 했는데.


관련업무가 우리 팀으로 넘어오고, 해당안건을 내손으로 기안하게 됐고 상위기관에 독촉 아닌 독촉을 해 승인공문을 재빨리 받았다.


급기야 금년도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가족친화인증 업무도 내담당이 됐다.


이래서 내가 하는 말은  내 삶이 되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 하는 말조차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최근 재인증을 받기 위해 '가족친화문화컨설팅'을 받았다.

새로 도입된 컨설팅인데 여기서 방점은 '문화'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혹은 상위기관에서 도입된 제도는 대부분 적용돼 있었다.

즉 제도적으로는 우리 회사는 가족친화기업임이 분명하다.


다만, 문화적으로도 그러한가.


컨설팅을 나오신 교수님과 이야기하다가 속에 있는 질문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요 교수님, 참 애매해요.


뭔가 모르게 기분 나쁘고 부당한 느낌이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딱 꼬집어 말할 수가 없어요. 매뉴얼적인 게 아니라서요.

예를 들자면, ** 제도를 쓰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불이익이 없을까? 하는 질문을 직원들이 자꾸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직원은 나 때에 비해서 애 키우고 회사 다니기 편하다는 말도 듣게 되고요.


어떻게 대처해야 맞는 거죠?"


이건 나의 이야기도 하고, 내 옆의 직원 이야기도 했다.

컨설팅 교수님의 답변인즉슨


"논문을 보면, 한 기업의 15% 정도는 무조건 존재합니다.

항상 못 마땅하고, 헐뜯고, 부정적인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 어떤 조건도 부정적으로 봐요.

근데 이때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쭉 하는 거' 예요.

그런 사람들 말에 갈팡질팡 하거나, 의사결정을 번복하지 않고 쭉 하는 거요.

중간에 갑자기 안 해버리거나 후퇴하면, "거봐, 거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한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냥 쭉 하세요. 잘하실 거 같은데요?"


맞다.

그냥, 쭉, 하는 거 외에 답이 없다.

그냥 묵묵히, 근데 이것만큼 참 힘든 일도 없다.


아무튼 좌우지간 점점 더 많은 후배들이 생기고 있다.

임신기, 난임기 등을 겪으며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찾는 후배들이.


만약 15%의 목소리에 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썼다면 지금 오늘날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85%는 말하지 않는다.

15%는 말한다.


이건 조직과 사회의 흐름과 비슷하다.

당연한 흐름이라 생각하는 85%는 보통 조용하다.

긍정은 침묵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침묵이 금인지는 더더욱 모르겠으나.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말만 하지 않고) 행동하고 있는 거다.

(내 말만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는 거다.


그게 85%와 15%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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