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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May 22. 2024

손 안 대고 코 푸시려고요?

나만의 주파수 맞추기

"일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해요

정상업무 시간에도 일을 다 못하는데, 단축근무를 어떻게 해요?

왜 이렇게 저한테 일을 많이 시키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육아기 근무잔데..."


얼마 전 친한 회사 후배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이를 돌봐주시던 친정어머니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회사에 도입된 '육아시간'을 써보라고 권했었는데

결국 못하겠다는 그녀의 답변.


출장이 많은 부서 특성상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다른 부서, 다른 업무를 하는 육아기 근로자는 일이 적당하거나 별로 없어서 육아시간을 쓰는 걸까?


육아시간을 써야 하는 육아기 근로자가 아니어도 마찬가지.


업무에 대해 만족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내일이 너의 일보다 적다는 직장인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오늘의 글은 '직장인 에세이'에 가깝다.

물론 내 글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저 15년 차 직장인이자 2년 차 워킹맘으로서의 견해다.




나는 보통의 경우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답을 해준다.

정말 필요한 상황이거나, 절실한 마음이 있다면.

결국 그것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성격과 기질에 따라 그 행동의 용이성은 다를 수 있겠다.

나는 기질상 타인의 눈치 보다 나의 눈치를 먼저 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기본은 역시 상황과 마음이다.

특히 육아기 근로자는 상황이 마음이나 여타 근로조건을 이긴다.

(눈치도 여유 있는 자의 사치다)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은, 타인이나 조직보다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것.

꼭 필요한 상황 혹은 절실한 마음이었는지.


<일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최소 1~5년 차, 길게 봐도 10년 미만의 직장인이거나 업종의 이직이 있었다면 합당한 주장이다.


그런데 만약 10년 이상 동일 업종에 종사했다면 그때부턴 야근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시간관리'의 문제에 가깝다.


내 주관적 경험에 따른 결론이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목표설정에 따른 시간의 관리로 해결된다.


빨리 해야 하는 업무와 빨리 할 수 있는 업무,

내게 중요한 업무와 상사에게 중요한 업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업무와 상관없는 업무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교집합을 찾아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나의 경우 상사에게 중요하고 빨리 해야 하는 업무가 1순위였다.

그리고 타인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가 2순위,

내게 중요하고 빨리 할 수 있는 업무가 3순위다. (육아기 전엔 3순위가 2순위였다)


만약 상사에게 중요한데 빨리 할 수 없는 업무라면 중간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사인 그 또는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0순위이므로.

그러다 보면 대부분의 업무가 정리가 된다.


<정상업무 시간에도 일을 못하는데, 단축근무를 어떻게 하느냐?>


마찬가지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회사는 내게 단축근무를 허용하지만, 단축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답은 간단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내가 쓸 수 있는 패를 드는 것.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던 대로 일해서는 안된다는 말.

업무시간이 바뀐 만큼 나도 업무 환경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이를테면, 모닝커피를 동료와 마시던 걸 포기하고 혼자 커피를 자리에서 마신다든지

전부서의 업무일정과 요청자료 등을 오전 일찍 확인해서 요청 전에 미리 해둔다든지(내 동료는 나보다 퇴근이 늦으므로 나중에 요청할 수도 있다. 내 옆의 동료는 나를 신경 써줄 이유가 없다)

내가 혹시나 없을 때 대응해야 할 상황을 대비해 공유폴더에 자료를 작성하고, 내업무에 관해 소통을 더 자주 해둔다.


인생에 공짜는 없으니까, 주의와 환경을 살피는 일에 품을 조금 더 들여야 한다.


<왜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느냐, 육아기 근무자인데> 


회사는 원래 일을 시킨다.

내 회사가 아닌 한 월급의 대가는 노동이므로.


'많이 시키느냐'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우선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내가 일을 더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차가 쌓였으므로.

20년 차 선배가 일을 나보다 덜할 때 느끼는 나의 불평과 같다.


하지만 업무분장상 부당하다면  컴플레인을 걸만 하다.

나도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다.

보통 회사는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

물론 합당하게 울어야 한다.(진짜 울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목표를 적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무를 3 꼭지 할 때 모두 100을 달성했다면, 업무를 5 꼭지 할 때는 70~80점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그게 내가 숨 쉬고 살아갈 방법이다.

잠시 조정해야만 영원히 조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

올해 나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우리는 일할 때 특히나 육아기 근로자로서 일할 때 조직문화를 탓한다.

1차적으로 제도나 시스템이 부재하다면 이를 조성하는데 먼저다.


하지만 2차적인 문화는 바뀌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문화를 바꾸는 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아니다.

문화를 바꾸는 건 제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 뒤에서 남 탓만, 조직 탓만 하는 건 결국 손 안 대고 코 풀고 싶은 사람과 같다.

눈뜨고 일어나니 아이스크림 같이 달콤한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말과 같다.


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하는 그것을 해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도 후배와 같은 마음이 불쑥 들 때도 있다.

나라고 왜 손 안 대고 코 풀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득 될 게 없는 마음이므로.


육아와 직장생활 사이에 끼인 마음은 여유가 없고 편하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이 마음을 기본값으로 인정하고 수용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현실에 감사하려 한다.


후배는 아마도 그 과정에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아직 과정에 있다.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에서 느끼는 내 마음이 결과에서 느끼는 내 마음보다 더 오래 간직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크기가 아니라 빈도 싸움이듯

불행도 크기가 아니라 빈도 싸움이다.


육아와 직장 사이 내 마음의 주파수를 어디다 맞출 것인지가 내 행불행을 결정한다.


그 주파수를 맞추는 일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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