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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을 원하라.

by 카르멘

경제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문장들이 뇌리에 꽂히는 때가 있다.

그리고 경제책을 덮다보면, 내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닌데 이 사람은 왜 부자가 되고 나는 부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오늘은 바로 이런 내 의문을 풀어주는 책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부의 공식, 스콧 갤러웨이, 위즈덤하우스, 2025>


행동과 의지를 일치시켜라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건 바로 '통제력'이다.

부의 첫 단추이자 마지막 단추는, 그냥 통제력이다.

무엇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력.


저자는 이를 '금욕(stoicism)'이라고 부른다.

아주 단순한 예로 생각해 보자.

한해의 성과급을 연말이나 연초에 받으면, 우리는 두 가지 선택길에 서게 된다.

쓸까, 말까?

세상엔 그럼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생겨난다.

쓰는 사람, 안 쓰는 사람.


이중 금욕하는 자는 후자다. 만약 그 사람이 종잣돈을 모으고 싶다든지,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든지 하는 경제적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후자의 길을 선택하는 게 맞다. 이론적으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혹에 약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잘 안 된다. 성과급은 '한 해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이고, 때문에 한 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발동된다. 그래야 올해 또는 내년에 열심히 일하지, 하고 자기 합리화까지 마친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내가 성과급을 스스로에게 썼기 때문인가, 아니면 금전적 여유를 원하기 때문인가. 어느 쪽 방향이 본래 가는 방향이었나. 그 방향은 보상심리에서 벗어나야 보인다.


나의 행동과 의도를 일치시키는 것.

그게 바로 금욕이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원하는 것


철학자 셰릴 크로가 말했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 가진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무슨 말인가.

내가 가진 것 외에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전략으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내가 이미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우리는 장을 볼 때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잊고 많이 사니까)

내가 가진 것을 원하게끔 만드는 심리전략을 쓰는 쪽이 행복에 가깝다는 뜻이다.

(어머, 내주머니에 천 원이 있었잖아! 어머, 내가 딱 필요로 하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이미 작년의 내가 사놨네!)


어디 그뿐인가,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미 말했다.

"행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에서 비롯된다"


나 자신이 내가 갖고 있는 걸 알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직시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게 그렇다고 물질욕을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인드 세팅을 바꾸지 않고 물질적인 부를 늘리려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말하는 경제적 부란 무엇인가.

결국 자신의 선택권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선택의 양과 질 모두.

돈을 벌기 위해 나의 시간을 회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선택권은 월급 이상의 불로소득에서 올 수 있다.

그를 위해 먼저 나의 소득이 자산이 되어야 하고, 그 자산이 불로소득을 벌어와야 한다.

경제적 안정이란 소득이 아닌 자산을 만드는 것, 불로소득이 경비지출을 능가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집중력+(금욕*시간*분산)


저자의 공식이다.


집중력은 통제의 방향이다.

100세 시대를 넘어가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자본의 힘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장기적인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내가 통제해야 하는 것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집중력의 힘이다.


금욕은 통제다. 나의 소비를 통제할 수 있고, 나의 자원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나의 지출, 나의 소득의 배분, 그리고 이모두를 바라보는 관점.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존재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다.


시간은 복리다. 적은 돈이나 투자도 시간에 쓰여야 한다. 소액저축이나 투자도 장기적으로 부의 기초다.


분산은 건전성이다. 한마디로 몰빵은 위험하다. 우리는 오늘만 살건 아니므로.


결국 부는 통제성이다.

세상에는 많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재능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재능이다.

그렇다면 통제를 잘 해내는 것도 재능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들이 회사밖을 나가는 순간 같은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것.

비슷한 소득집단이 다른 자산집단 되는 것.

그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상속 또는 통제.

우리가 상속받을 재산이 없다면 우리가 집중할 건 후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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