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폐쇄
USAID에겐 두 가지 철학이 있다.
“두노함 (Do no harm)"
즉 현지에 어떤 해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점과 수혜자와 논의 없이는 그들을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것(Nothing about us without us).
미셸 수밀라스 USAID 부청장 대행의 말이다.
그러나 두 노 함(Do no harm)은 중단됐다.
트럼프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대외원조 활동을 중단시켰기 때문.
USAID의 다년 계약 6200개 중 5800개, 즉 90%가 해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미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재조율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원조 프로그램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동안,
대외 지원 기금의 새로운 의무와 지출을 90일 동안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2023년도 기준 약 700억 달러를 지출하는 세계 최대 원조국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도 중단에 포함됐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때 우크라이나의 최대 원조국이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대한 외국군사자금 지원과 긴급식량 원조는 예외로 뒀다.
다양성에 대한 원조가 중단된 셈이다.
미국은 특히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퇴치를 위한 대통령 긴급계획(PEPFAR)’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완치는 아니지만 생명이 살아있게끔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염되는 걸 최소화하게끔 도와준 프로그램이다.
또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도 잠정 중단됐다. 이 때문에 현 트럼프 정권의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란 말도 나온다.
남의 나라가 또다른 남의 나라를 돕는 원조의 중단이 나와 무슨 상관일까.
우리나라도 그 남의 나라 중 하나였다.
원조로 경제성장을 이룬 유일한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70년대 우리는 가나 보다도 못살아 많은이들이 죽었고, 우리나라의 굵직한 고속도로는 달러로 지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지금도 그 어느 다른 나라엔 원조로 생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라는 최대 원조국의 자금을 통해. 그 미국이 어떠한 나라이건, 그들의 목표가 무엇이든, 당장에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건 명약이다.
이건 트럼프의 관세전쟁과는 다르다.
Do No Harm. 해를 끼치지 않는다, 는 원조정책은 경쟁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불안불시, 돈목돈시"라는 말이 있다.
부처의 눈엔 부처가, 돼지의 눈엔 돼지가 보인다고 했다.
누구의 눈이 되어 바라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