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 해!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

by 카르멘


아들아, 네가 어린이집에서 배워 엄마에게 말해준 첫 마디가 뭔지 기억하니?


“불편해. 하지마.”


바로 이 한마디였어.

아마도 폭력이나 성희롱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내용이었겠지.

3살이든 4살이든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불편할 땐, 불편하다고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주체권에 대한 교육이었을거야.


너는 말을 배우면서부터 ‘불편함’에 대해 배운 거지.


지금의 넌 어떠니?

너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그때보다 늘어났을까?


엄마가 ‘귀찮음’에 대해 이야기했던 편지처럼 말이야..

<귀찮은 늑대에게 먹이를 주지마라>

엄마는, 인생의 절반이 귀찮음과 불편함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우울하다고?

아니야! 오히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말이야.. 별거 아니다?


불편함이 불행한건 아니기 때문이야.

우리는 언제 불편할까?


신체적으로 불편할 때가 있지.

엄마가 인대를 어느 날 다쳤더니 거동이 불편하더라.

양말을 신는 일, 신발을 신는 일, 운전을 하는 일, 걷는 일 모두가 불편해졌어.


그리고 심리적으로 불편할 때도 있어.

엄마가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평가가 나오지 않은 날, 상사와 언쟁을 벌인 날 불편하더라.

상사와 눈을 마주치는 것, 출퇴근 때 인사를 하는 것, 업무 보고를 하는 것, 점심을 함께 먹는 것 모두가 불편하기 그지없었지.


근데 재밌는 건 이 두 가지 불편함은 사실 하나라는 거야.

엄마가 인대를 다치고 나니까, 이런 불편한 생각이 드는 거야.

‘아니, 다른 사람들은 멀쩡히 공원을 거닐던데 왜 나만 다쳤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안 그래도 힘든데 하늘도 너무시지! ’ 인대를 다쳐서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이 불편해지니까 생각도 불편해지는 거야. 어디 탓할 데를 찾고 싶은 거지. 그래서 기분이 편해졌냐고? 아니야. 오히려 피해의식을 갖게 돼서 더 불편할 뿐이지.

회사에서 심리적인 불편함을 겪을 때, 엄마의 위는 고장이 났지. 뭘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승모근은 돌처럼 무거워졌어. 혈액순환이 안 되서 두통이 왔지. 불편한 무의식의 반영이 신체적 틍증으로 발현된 거야.


‘불편하다’는 감정은 뭐야?

‘편하고싶다’는 감정의 반작용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편하게 살고 싶잖아.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려고 공부를 하고 돈을 벌잖아.

더울 때 더운데서 일 안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 안 하려면 공부하라고 하잖아.

돈 없으면 늙어서 자식한테 불편만 끼치니까, 늙어고생 안하려면 젊을때 벌어놔야 하잖아.


그런데 봐봐.

편하게 살려면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해.

지금 1시간 덜 자고, 1시간 더 의자에 앉아있으려면 불편함을 이겨내야 하잖아.

앉아있느라 온몸의 좀이 쑤시고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을 누르느라, 몸도 마음도 편하진 않잖아.


지금 돈을 더 벌려면 어떻게 해야해? 불편해도 나에게 돈을 쥐어주는 곳으로 나가야해. 그곳에 나를 편하게만 해주는 존재가 있을리 없잖아?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우리는 그 값을 치러야 하지.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도 내가 받는 몫에 포함돼 있는 거야.


운동도 마찬가지지. 조깅화를 신고 나가 뛰며 헉헉대는게 넷플릭스를 보며 누워있는 것보단 편하지 않지? 그런데도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지금 잠깐의 편함이 영원히 나를 편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잖아. 오히려 지금의 불편함을 극복해야 지속가능한 신체의 평안을 줄걸 알기 때문이잖아.


지금의 불편함이 저축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어때?

불편이 반드시 불행인건 아니지.

불편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 불편은 오히려 내게 행운이 되지.

그 불편함 때문에, 그 불편함을 극복하다보니, 오늘날 내가 여기까지 오게되는 행운!

엄마는 그 행운을 네가 쥐어보길 바라.

아주 사소한 불편함도 너에게 꼭 행운의 이자를 붙여줄거야.


엄마가 너를 낳고 회사에 복직하며 겪었던 매일의 불편함들도 그랬어.

그 불편함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극복하다보니 더 이상 그 불편함이 불편하지 않을수 있는 제도도 만들고, 엄마가 쓴 ‘85년생 빽없는 워킹맘’의 소재가 되었잖니?


엄마로서 느끼는 수많은 양육의 불편함들, 엄마가 처음이라 겪는 정체성의 혼돈에서 오는 불편한 생각들, 그래서 극복하려고 했던 편치않던 시도와 공부들이 ‘엄마의 유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되어주었잖니?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말했잖니.

위대한 변화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자에게만 온다


불편함, 그게 너에게 행운의 이자를 만들어주기 위해선 우선 당장의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해.

마주하고 겪는거야.

몸도 마음도 불편한 순간들을 기꺼이 저축해나가는거지.


물론 그 불편함이 ‘마땅한 불편함’인지에 대한 너의 판단이 우선돼야 할거야.

우리가 안전벨트를 불편해도 꼭 하는 것처럼, 그 불편함이 너에게 필수적인 보험이라면 그건 네가 겪어야 할 마땅한 불편함이겠지.

때로는 네가 크기 위한 불편함도 있을 거야. 사람들이 말하기 꺼려하는 진실을 들출때, 기득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려 할 때, 소수자의 입장에 서야 할 때 그건 매우 불편한 일이 될거야. 하지만 당장 불편하다고 꺼내놓기 보다는, 판단해보렴. 너를 키워나갈 그래서 네가 살아갈 세상을 키워나갈 마땅한 불편함인지 말이야.


그런 마땅한 불편함이라면, 그 불편함을 마주하고 불편해 해보자.


그러다보면 올거야.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경험한 불편함들이 너에게 이자를 붙여주는 때가 와.


네가 학교에서 겪는 불편함,

네가 직장에서 겪는 불편함,

너의 내면에서 겪는 불편함,

너의 외면에서 겪는 불편함.

그 모든 불편함들이 너에게 ‘행운’이란 이름의 이자를 붙여주게 만들렴.

너에게 ‘불행’이란 이름의 이자를 붙이게 두지마렴.


네가 어릴적 배운 부당한 불편함엔 “불편해, 하지마!”를 외쳐야해.

하지만 네가 판단한 마땅한 불편함엔 “불편해, 해!”를 외쳐보렴.

이전 10화개근 거지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