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꿈, 이무진 *원곡 조용필)
우리 삶엔 숲도, 늪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숲인지, 늪인지 알려주는 '꿈'이란 녀석이 있습니다.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제 마음을 비워내고 쏟아낼, 나만의 대나무'숲’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 1년 6개월 동안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생각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을 풀어낼 공간.
그것이 제겐 브런치였습니다.
복직 전부터, 그리고 복직 후에도 저는 꾸준히 이곳에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작가들이 출간 과정을 기록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 역시 ‘출간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고, 마침내 출간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그 결과, 브런치에 쓴 글들을 엮어낸 첫 책,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 x 직장 생존비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브런치라는 토양에서 피어난 저의 첫 번째 '씨앗'이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새로운 물줄기를 만났습니다.
구독 작가님의 글을 보고 참석한 북콘서트에서 운명처럼 만난 인연이 ‘공저’라는 협업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은 7월 《엄마의 유산 : 우주의 핵은 네 안에 있어》라는 책으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제 삶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준 순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바람'이 찾아왔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알게 된 작가님을 통해 ‘시민기자제도’를 알게 되었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덜컥 가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연락이 왔습니다. 시민기자 소개글에 출간 책 링크를 달아둔 것을 본 편집국에서, ‘워킹맘의 수업료’라는 주제로 연재를 제안해 주신 겁니다.
안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바람 불 때 돛 달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저는 회사에 ‘겸직’ 신청까지 하며, 격주 1회씩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소소하게나마 정기적 원고료도 받을 수 있었고, 글쓰기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도 얻었습니다.
그리고 7월의 끝자락, 브런치 프로필에 등록된 메일로 한 통의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경제팀 기자였습니다.
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고, 제 연락처는 오마이뉴스 프로필에 기재된 브런치 링크를 통해 얻으셨다고 했습니다. 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뿌린 작은 씨앗이 이렇게 떡잎이 되고, 줄기가 되어 이어지고 있다니요.
이제야 말하지만, 사실 저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한때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언시생’이었습니다.
특히 지상파 기자를 꿈꿨었는데, 오래전에 흘려보낸 줄 알았던 꿈이었죠. 그런데 그 꿈이 브런치를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제 앞에 찾아온 듯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8월 21일, MBC <골든타임> 저출생 시대 방안을 찾는 심층뉴스에 출연했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인터뷰 화면에 제 이름과 책 제목이 함께 비쳤습니다.
그 순간은 마치, 잊고 있던 꿈 위로 쏟아진 '햇살' 같았습니다.
이제 긴 자랑 같은 이야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브런치를 통해 ‘작가의 꿈’을 꾸지 않을 자신, 있으신가요?
저는 이제 없습니다.
꿈을 꾸지 않을 자신이.
그리고 브런치의 이 말을 믿지 않을 자신도요.
“우리는 좋은 글이 가지는 힘을 믿습니다.”
(브런치,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