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속이는 몸, 코어가 깨우는 뇌
필라테스는 몸통을 지키는 운동이에요. 코어, 몸통!
그런데 우리 뇌는 몸통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손만 아주 크게 인지하죠.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훈련해야 해요!
어느 날, 몸통을 강조하던 선생님의 말이 머리에 남았다.
“뇌가 몸통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내 몸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부위 아닌가? 왜일까?
궁금증을 안고 찾아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신경외과 의사 와일더 펜필드는 간질 환자의 뇌 수술 과정에서, 환자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뇌 특정 부위를 전기 자극하며, 어느 부위가 어떤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대뇌피질의 운동 피질(Motor Cortex)과 체성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이 신체 각 부위와 1:1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펜필드는 이를 시각화하여 ‘펜필드의 뇌지도(Penfield’s Cortical Map)’를 만들었다.
이 지도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운동 호문쿨루스(Motor Homunculus)다.
운동피질을 기준으로 인체를 재구성하면,
실제 인체 비율과 달리 손·입술·혀·얼굴의 영역이 훨씬 넓게 표현된다.
특히 운동 피질의 약 30%가 손 움직임을 담당할 정도로,
정밀한 운동을 위해 뇌 자원을 집중적으로 할당받는다.
즉 우리의 뇌는 머리와 손, 입이 비정상적으로 큰 ‘괴짜 인형’처럼 우리를 그린다.
실제 신체 비율이 아니라, 뇌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반영한 것이다.
어쩌면 영화 E.T. 속 외계인의 모습도,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상상일지 모른다.
자, 본론으로 돌아오자.
만약 내 뇌가 내 몸을 속이고 있다면, 내 몸이 내 뇌를 속일 방법은 무엇일까?
필라테스에서는 몸통(core, 특히 복부와 척추 주변의 심부 근육)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뇌의 호문쿨루스 지도에서 몸통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게 표현된다.
즉 뇌가 몸통을 덜 민감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손, 입, 혀 같은 부위는 섬세한 조절과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뇌의 넓은 영역이 할당된다.
몸통과 등, 복부는 큰 근육으로 이루어져 미세한 조작보다 안정성과 지지가 중요하므로 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몸통 근육을 쓰는 감각을 잡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뇌가 원래 섬세하게 느끼도록 설계한 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요가나 필라테스에서는 ‘훈련’과 ‘의식’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꾸준히 연습하면, 몸통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신경 회로(운동 단위)가 점점 강화된다.
훈련이 안된 자연 상태에서 뇌는 손과 얼굴에 집중하고, 몸통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필라테스를 통해 몸통 인지 능력을 깨우고 확장하는 과정이 바로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