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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 제안드립니다

by 카르멘


저는 아들과 함께 주말마다, 혹은 격주에 한 번씩 어린이도서관을 찾습니다.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솔직히 주말 이틀 내내 유료 키즈카페에만 갈 수는 없으니까요.


다행히 제가 사는 지역에는 어린이도서관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래놀이장이 있는 곳도 있고, 바닥분수가 설치된 곳도 있어 책을 읽고 난 뒤 곧바로 야외에서 신나게 뛰놀 수도 있죠. 말 그대로 1석 2조의 즐거움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가을 행사나 추석 시즌에는 도서관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됩니다. 어린이 공연, 동화 구연, 체험 활동 등 가성비 좋은 행사들이 풍성하거든요. 지난주에는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우연히 환경 연극〈나 좀 도와줘〉를 관람했는데, 현장 접수만으로 무료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아이는 그날 본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는지,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에도 연극 속 노래가사를 흥얼거렸습니다.


"한 발 걸어볼까? 폴짝 뛰어볼까?"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알아보니 도서관에서는 재능기부 강의나 저자 북콘서트 같은 프로그램도 열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미 정해진 연간 일정이 있을 테고, 모든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겠지만, 믿져야 본전 아닐까요?


그래서 어젯밤, 퇴근 후 육아까지 마친 뒤 짧은 제안서를 하나 써봤습니다.


제 간단한 이력과 책 소개, 그리고 제가 왜 북콘서트나 재능기부 강의를 하고 싶은지를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아니다”라는 걸 먼저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저도 과거에 MBC 기자님께서 브런치를 통해 인터뷰를 제안하셨을 때, 가장 먼저 “혹시 명함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확인부터 했으니까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신뢰가 기본이잖아요.


그래서 현재 제가 근무 중인 경기도 내 공공기관 이름, 직무 연차, 책이 판매되고 있는 사이트 주소,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기사 링크까지 꼼꼼히 첨부했습니다. 제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길 바라면서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워킹맘이자 엄마로서, 그리고 한 명의 여성으로서 꿈꿀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과 가정, 개인과 가족 사이에는 균형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제가 사는 지역에만 약 20곳의 도서관이 있는데, 그중 절반 정도에 무턱대고 제안을 보냈습니다. 메일 주소를 몰라서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남기기도 하고, 도서관 공고문에 뜬 이메일 주소로 무턱대고 보내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침 알림을 확인해 보니 두 군데에서 친절하지만 형식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금방 될 일은 아니겠죠?


올해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북콘서트나 강연을 하는 것’인데요. 이 글이 발행되는 9월 26일 기준, 2025년은 딱 96일이 남았습니다.


그 말은, 우리 모두에게 96번의 새로운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 아닐까요?


혹시 여러분의 올해 버킷리스트는 무엇이었나요?


아직 못 이룬 목표가 있다면, 저처럼 남은 96번의 기회를 믿어보세요.


그리고 혹시 제가 크리스마스 즈음에 도서관에서 북콘서트를 열게 된다면, 그건 아마 제게 주어진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소식이 없다면… 그땐 실패 후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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