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도 배당주다

by 카르멘


요즘 주식시장이 시끌시끌하다. 추석을 앞두고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연일 화제다.

주변에도 주식하는 사람이 꽤 많다. 국내주식, 미국주식, ETF, 커버드콜 등. 남의 주식은 다 오르는데 나만 안 오르는 거 아닌가, 저평가 주식을 나만 모르고 투자 못하는 거 아닌가 등 기회상실 우려(FOMO)도 만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인생을 바꿔줄 ‘한 방’을 기다리지만, 나는 배당주를 좋아한다. 조용히, 꾸준히, 시간을 견디며 작은 결실을 안겨주는 주식.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글쓰기도 그렇지 않나?

나의 첫 투자, 그리고 책

처음 발을 들인 재테크는 ‘금’이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호기심에 조금씩 사 모았을 뿐이다. 그런데 1년쯤 지나니 수익률이 제법 괜찮았다. 신기한 건 그 시작점이었다. 『돈으로 행복을 삽니다』. 우연히 집어 든 그 책이 내 투자 인생의 문을 열어주었다. 생각해 보면 내 투자의 출발점은 언제나 ‘글’이었고, ‘책’이었다.

두 개의 배당 종목, 그리고 글쓰기

지금 내게 배당을 안겨주는 글쓰기 종목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책. 두 권을 썼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끔 인세가 들어온다. 카카오뱅크 알림이 울릴 때면 은근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 이 맛에 쓰는 거지.’

두 번째는 오마이뉴스. 한 달에 두 번 원고를 올린다. 그러면 그에 맞는 원고료가 적립된다. 많진 않지만, 내 계좌에서 월배당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순간이 참 든든하다.

복리의 마법, 글쓰기 포트폴리오

가끔은 생각한다. ‘책과 기사, 이 두 가지로 충분할까?’ 하지만 배당주도 처음엔 미미하다. 시간이 쌓이고, 배당을 재투자하면 복리가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한 꼭지, 한 챕터가 모여 결국 내 인생의 작은 월배당이 된다.

꾸준함의 복리효과

가까운 지인 중 하이닉스 주식의 수익률이 2천 프로인 사람이 있다. 기겁할 수익률이다.

하지만 당시 지인은 2만 원짜리 주식을 받았었다. 무려 10여 년 전에. 그때는 하이닉스가 지금의 하이닉스가 아니었다.


그 누가 미래를 알 수 있었겠는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이기고 흑자를 갱신할지.

그저 거기에서 꾸준히 버티고 버틴 사람이 알 수 없는 미래의 주인공이 된다.


살아가다 보면 인생을 단번에 바꿔주는 기회는 드물다. 글쓰기도 다르지 않다. 내 속도로, 내 목소리로, 차근차근 글을 쌓아가면 어느 날 내 계좌에 조용히 들어오는 배당처럼, 따뜻하고 확실한 보상이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글쓰기도 배당주다.”
그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하게 마음에 내려앉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