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 텀블러

by 카르멘


뜨거운 카페인이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
배꼽 어딘가에 도착한다

나는 매일 아침
텀블러에 가득 담긴 뜨거운 커피로 해장을 한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의식에 가깝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쌓인 노고와 권태로
어딘가 막혀버린 혈관을 뚫는 데에는
아침 커피만 한 명약이 없다.

오전 9시 30분,
컴퓨터를 켜고
텀블러를 손에 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1층에 내려가 말한다.


“텀블러에 따뜻한 라떼 한 잔이요.”

다시 손에 쥐어진 따뜻한 텀블러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 보자는 보험이고,

무사히 출근했으니
무사히 퇴근해 보자는
하루짜리 약관서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이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뿐이다.

아, 어서 회사 가서 텀블러에 커피 타야지.

한 잔을 오롯이 마셔내면
위장이 먼저 따뜻해지고,
빠듯한 아침의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문득 바라본다.
내 텀블러에 적힌 인생 사용법.

‘당신의 빛나는 순간’

그래.
오늘 하루도, 빛나 보자.


#라라크루#백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