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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Nov 28. 2023

필라테스 하는 마음

마음, 마음, 마음


내게 약속된 주2회의 힐링, 필라테스. 


얼마전 회사동료가 '주2회 필라테스로 효과가 있냐'고 물어왔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전혀. 식단없이 주2회 필테로는 효과가 없다.

그러나 매일 레깅스를 입고 거울에 선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우연찮게 주말에 만난 친구도 '점심시간을 쪼개 필라테스를 하는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가능은 하지. 엄청 급박하게. 몸도 마음도 긴박하게 움직이면. 근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박하고 급박하게 점심시간을 누리는게 좋아. 가만히 찌뿌둥하게 사는 것 보단."이라고 답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은 마음.

혹은

나를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몸이 아닌  

그 마음이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시작과 끝이다.



지난해 12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면서 결심한 리스트 중 하나가

주2~3회 운동하기였다. 

마침 회사 근처 필라테스 학원에 점심시간 클래스가 있길래 등록을 했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감사할 따름)


1월 등록 이후 가급적 회식, 출장, 연차를 제외하고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석했고

10월 재등록 이후에도 내년1월까지 꾸준히 갈 예정이다.

내가 가장 올해 잘한 일중 하나가 필라테스라고 생각한다.


본래 나의 소울(soul) 운동은 요가라고 믿어왔고,

요가는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는 면에서 여전히 요가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필라테스는 나를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그 무언가를 선사해준다.


내가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의 점심시간 수업은 고정 선생님이 계신데,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선생님이다.

쉽지 않은 육아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언제나 애교 넘치는 여자로서의 분위기도 가득한 분.

본인의 볼록 나온 배를 보여주면서,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시는 분.


그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과정”이다.


“회원님, 필라테스는 과정이에요. 결과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알고, 내가 낼 수 있는 힘을 바르게, 제대로 쓰는게 중요해요”


물론 가장 이상적인 포즈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를 위해서 승모근을 잔뜩 세우면서 팔을 힘으로 찍어 누른다든가,

허리를 쓰면서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한다던가 하는 건

아무 소용없는 허우적거림에 불과하다는 것.


필라테스로 바른 몸의 정렬과 코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선

승모근은 아무 일도 해선 안 되고, 엉덩이와 복부의 힘으로 들어 올릴 다리를 엉뚱하게

허리로 들어 올려 허리통증을 스스로 만들어내선 안 된다.


그러니, 매우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워도

어깨에 힘은 빼고 팔을 들어 올려야 하고

배꼽에 힘을 주고 골반을 말아서 허리를 꺾어내지 말아야 한다.


사실은 그게 바른 몸의 구조이고,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태어났지만

반대의 힘을 써온 지난날의 과오로 요통, 골반통, 두통 들을 만들어냈다.


필라테스로 완치는 불가능 하더라도 

자신의 지난날 혹은 현재진행중인 과오를 자가 치유해내는 과정이 필라테스인셈. 


필라테스는 당연히 경쟁도 아니다.

가장 어려운 동작을 누가누가 잘하나 뽐내러 오는 게 아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더 내몸의 중심을 인지하고,
힘을 쓰는 오늘의 나를 발견하는 것. 그게 내가 느끼는 필라테스.



그런데 이 과정에 핵심은 타고난 유연성이나 근력이 아니다.


중요한 건 ‘상상력’ 이다.


누워서 다리를 천장으로 들어 올려보자.

누군가 내 다리를 천장에서 잡아당긴다고 상상해보자.

허벅지 안쪽을 끈으로 꽉 묶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배꼽에 힘이 들어간다.

숨을 ‘흡-’하고 참고 배꼽을 넣는 게 아니다.

붙어있어야 할 허벅지 사이가 붙고, 구부러진 오금 사이를 펴내니

자연스럽게 배꼽, 소위 코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상상하는 과정, 그게  필라테스에서 가장 중요한 힘이다.


상상을 잘 할수록, 몸을 잘 쓸수 있게 된다.

우리 몸은 우리 뇌에 영향을 받는 부위다.

우리 뇌가 어떻게 상상하고 쓰느냐에 따라 바뀐다.


다리를 찢고 싶다면,

미간에 힘을 팍 주고 엉덩이 무게로 다리를 찢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깨에 힘을 풀고, 발끝을 내 몸에서 최대한 멀리 보낸다 생각하는 거다

내 다리가 길어진다 상상하는 거다


그 과정이 오늘, 내일, 모레 모이다보면 다리가 찢어져 있는 거다.

자연스러운 결과로.


요가가

내 정신과 마음의 상태를 더 잘 인지하고 쓰는 운동이라면

필라테스는 몸의 관절을 보다 더 잘 인지하고 쓰는 운동에 가깝다.


손목이 꺾이지 않고 무리를 주지 않으려면 우리가 간과하는

새끼손가락의 힘을 의식적으로 더 줘야 한다든지,

갈비뼈를 무겁게 누르고 손끝에 힘을 줘 뻗어야

어깨관절이 아니라 내 등으로부터 팔이 움직이는 진짜 움직임을 경험한다든지.


이런 일련의 과정.


내가 누를 수 있는 만큼, 내가 들 수 있는 만큼, 내가 뻗을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내 몸을 움직이는 연습.


필라테스는 내 힘, 내 범위, 내 인지능력을 알아가는 꽤나 지적인 운동이다.


내가 상상하는 만큼, 내 몸은 움직이게 돼 있다.

그러면 내 몸은 자연스레 성장해있다.


그러니 앞서 말했다시피, 

그저 나를 리포머든 배럴이든 체어든

필라테스 기구에 던져놓을 마음만 있다면 

내몸은 따라오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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