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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Feb 14. 2024

시테크의 고수

오늘도 시간은 돈이다


06:00am


깜깜한 새벽, 미라클 모닝이 시작된다.

평균 기상시간은 오전 6시.

그보다 빠를 때도 왕왕 있다.

겨울이 싫은 이유는, 추워서라기보다 해가 늦게 떠서다.


365일중 절반은 감기에 걸리는 4살짜리 아이와의  아침 루틴은...

(보통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의 경우 다 그렇다, 이말을 하는 이유인즉슨,

우리회사의 어떤 높은 분은 "애가 또 아파? 약하게 태어났나?" 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는다,

물론 그분의 성별과 나이를 미루어봤을 때 육아감수성 제로겠지만, 어쨌든 남의 말 특히 남의 아이 말은 하는게 아니다)


코식염수를 아기 코에 칙-칙- 뿌려준다.

아이는 싫어하지만 어떻게든 다.

유산균을 먹이고, 감기약을 챙겨준다.


아이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먹을 걸 찾는다.

이시간에 먹고싶은게 '밥'은 아니다.


보통은 사과를 깎아주거나, 아이가 스스로 고구마말랭이 찾아 먹는다.

오늘은 캐슈넛과 피스타치오를 먹겠다고 해서 10알 정도 꿀꺽.


아이가 애피타이저를 먹는동안, 나는 옆에서 쑥과마늘을 수행한다.

(쑥과마늘은, 내가 최근 브런치를 통해 알게된 작가님의 '라라크루' 모임에서 수행하는 1일 1습관 운동이다. 쑥과 마늘을 인내심 갖고 먹다보면 인간된다, 라는 의미일 것 같다.)

나의 쑥마늘은, 1일1필사.

사놓고 한번도 제대로 읽지 않은 365 인문학 달력의 글귀를 노트에 적어본다. 하루 세줄 정도라서 부담이 없다.

아이는 옆에서 우물우물 대면서 달력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 묻는다.


07:00 am


오늘따라 밖에 나가고 싶다고 아이가 성화.


"심심해. 마트 갈래.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요새 '마음'이란 말을 잘 쓴다)


'그래, 너도 지겹겠지'

(근데 엄마는 더하다)


하지만 아직 동이 트지도 않았다.


아이는 부쩍 떼가 늘어서 일단 운다.

지금 당장 나가야 직성이 풀리겠단다.


하지만 다행히도 엄마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는 묵주팔찌도 샀다. 화가 올라올 때마다 손가락으로 묵주알을 튀기려고)


"안돼. 아직 깜깜해서 문 연데 없어. 그리고 아침밥 먹고, 나가야지. 어린이집 가기 전에 조금 일찍 나가자."


당연히 설득은 안된다. 괜찮다, 기대하지 않았으니.

아이는 울고 화내다, 지쳐서 거실 한군데 널브러져 있다.


예전같으면 마음 쓰였겠지만, 이제 그러려니 한다.

아이는 조금 심심해도 되고, 그 심심함 속에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는 연습을 할 때가 됐고, 안되는 것도 있음을 배울 때니까. 킹콩맘 브런치를 통해 독파한 훈육서들이 큰 도움이 됐다.


아침밥을 차리고 있으니 아이가 어느새 가까이 와서 베시시 웃는다.


"그럼 어린이집 가기 전에 나가자. 아침밥 먹고 가자." 하고 이야기한다.


기특한것,

"그래, 엄마가 약속지키는거 알지?"


그렇게 아침의 평화를 지켰다.


08:00 am


동이 텄다.


아침밥을 먹고, 어린이집 갈 준비 중.

아이는 "아침이 됐다"며 이미 신발장에서 모든 신발을 꺼내 신고있다.

엄마 신발, 아빠신발 구경하는걸 좋아한다.


그사이 나는 설거지를 하고, 출근준비를 한다.

(오늘은 깜빡하고 세수를 못했다. 괜찮다 내가방엔 로션, 선크림 모두 구비돼있으니)


08:15 am


띠리리리링-

알람이 울린다.


아이의 감기기운이 악화된거 같아, 집앞 소아과의 똑딱(진료예약 어플) 오픈시간 5분 전 알람을 맞춰놨었다.

눈치싸움에 성공할지는 알수 없다. 일단은 도전. (퇴근하고 가는 소아과는 너무 피곤하므로)


아이를 빨리 양치시키고,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08:20 am


지금이다!


똑딱 어플 접수, 대기번호 6번.

병원-약국-등원-출근까지의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내출근은 9시 30분, 이동시간 차로 30분)


도대체 어떻게 해야 대기번호 1번을 할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일단 나온김에 편의점에서 젤리를 하나 사주고, 병원으로 향한다.


08:30 am


소아과가 문을 열었다.

집앞에 빨리 문을 여는 소아과가 있는건 정말 행운이다.

소세권(소아과 역세권) 최고!


운좋게도 오늘은, 앞번호 대기자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2번으로 진료를 봤다. (오예!!)


약국에서 약을 타서 어린이집으로 전력질주한다.


08:50 am


오등완.(오늘도 등원 완료)


아들, 안녕-

선생님, 감사합니다


08:55 am


어린이집이 아파트 단지내에 있어서 어제 퇴근 때 어린이집에서 제일 가까운 동 주차장에 차를 대놨다.

유모차를 어린이집 후문에 잠시 버리고(?) 바로 주차장으로 향해 시동을 건다.


자, 이제 남은건 달리는 것 뿐!

(여기서부턴 마음이 편하다. 나만 잘하면 되니까)


바쁘지만, '손에 잡히는 경제' 어플을 재생한다.


경제에 문외한이지만 올해는 귀라도 트이자 해서 시작한 루틴.


요새 돌아가는 부동산 정책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최근에 부영건설 회장이 나라에서 땅을 대주면, 값싼 주택을 젊은이들에게 제공할수 있다고 제안했다는데 귀가 솔깃.


신생아 특례대출에 사이트가 마비됐지만, 일각에선 "비싼 집을 아이 담보로 사라는거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맞네, 이자만 낮춰줄게 아니라 집값을 적정수준으로 제공해주는게 근본대책이긴 하지..라는 생각을 흘리고 시동을 끈다.


09:20 am


오출완.


30분 거리를 22분만에 돌파하여 무려 출근시간 10분 전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전 3시간의 시테크(시간 재테크)가 성공했다.

비록 수명도 3시간쯤 준 것 같지만.

백세시대니까 뭐..


육아하는 직장인에게 시간은 돈이니까.


오늘도 시테크 고수로 한걸음 더 성장했군.


아이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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