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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절의 Apr 18. 2024

언젠간 만날 너를 기다리며

성공적인(?) 난임 입문기의 마무리

첫 이식은 아쉽게도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각종 증상 플레이(어? 배가 좀 콕콕 아픈 것 같기도? 어? 복수가 심해지면 임신이라던데?)에도 불구하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성공적인 입문기냐고? 


첫 이식을 실패한 기분이 어떻냐면, 예상치 못하게도 평온하고, 감사하다. 별문제 없이 두 번의 시술을 받았고, 다음번에 한 번 더 이식할 냉동 배아가 있음에 감사하고, 이번에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언젠간 반드시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미래의 2세를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나와 남편에게 처음으로 부여된 난임 부부라는 정체성에 혼란스러운 연초를 보냈더니, 어느덧 벚꽃이 폈다 지고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그 사이 감정의 소용돌이, 남편의 수술, 나의 난자 채취와 이식의 단기 목표를 쫓아가다 보니 시간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동안 웃긴 채널과 강아지 채널로 가득했던 나의 유튜브 구독 목록에 하나둘씩 육아에 대한 채널이 슬금슬금 늘고 있다. 그러니까, 어엿한 난임인의 정체성이 안정적으로 정착했고, 심지어는 예비 엄마 호소인으로서 슬금슬금 대상 없는 모성애까지 키워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만하면 성공적인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난임을 진단받은 후, 처음 느껴보는 혼란과 좌절에 마치 신들린 것 마냥 글을 써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나의 감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백 명이 넘는 구독자 분들이 생기고, 아마추어 글쟁이가 진심 어린 응원까지 받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다음 이식까지는 1~2달 정도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로 하여,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의 난임 입문기를 마무리지어 보려 한다. 호르몬 약에서 벗어난 짧은 시간 동안 그동안 운동도 하지 않고 잘 먹어서 잔뜩 오른 살과 붓기를 정리하고, 최적의 건강 상태를 만드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독서도 하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짧은 휴식을 가진 후, 다시 글을 쓰는 생활로 돌아오려고 한다. 다음 브런치 글에는 다시 시작되는 인공수정 후기와, 바라건대 나의 원래 목표였던 임신 일지까지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나와 이 글을 읽으실 독자 분들께 평안한 일상과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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