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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Jun 08. 2020

곤충젤리 먹는 아이들

얼마 전 사슴벌레 한쌍이 우리 집에 왔다.

제법 크고, 생각보다 귀엽다.

이들이 먹는 곤충젤리를 하루 한번 교체해 주는데

두 아들이 사슴벌레 주기 전 계속 맛을 본다.

손가락을 푹~  넣어

기어코 알갱이를 조금 떼어내어 입에 넣고 만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고!

너희들 밥을 먹기도 전에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좋겠냐고 백번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밥을 뺏긴 사슴벌레 기분을 헤아리기보다 당장의 달달한 맛이 더 좋은 모양이다.


기어코 이거 먹으면 배 아파진다는 협박으로

아이들을 곤충젤리에서 떼어 놓았다.


그런데 나는 대체 왜

기를 쓰고 곤충젤리를 못 먹게 하는 것일까?


바로 이전 글(개밥을 먹고 싶어 하던 동생에 대한 이야기)과 연계되어

떠오른 생각.


아이들은 참 선입견이 없다!


개밥

곤충젤리

모두 생명이 먹는 것이거늘..

사람 먹는 사람만의 음식이 애초에 있는 것도 아니거늘..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선입견과 어른이 된 내 마음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을 것을 나누는 '잘못된 기준'이 된 것은 아닐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 주고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이 더 건강하고 좋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의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자라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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