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아 감사

by 그 중간 어디쯤


아이들 책을 같이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암컷 매미는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

수컷도 곧 있으면 죽는다.

새끼들은 꼬박 일 년 뒤 알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엄마, 아빠를 알지 못한다.


난 그 사실이 괜히 마음 아팠다.


하지만 둘째는 이걸 궁금해했다.

'나비랑 잠자리도 알 낳고 죽어요?'


집에 있는 아이들 책으로는 찾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가죠.

하지만 나비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나면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알을 낳은 뒤

곧 생을 마칩니다.'


잠자리도 찾아보니 매미, 나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 이 무슨..

이 친구들은 육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인생(아니 충생)이구나 싶었다.


죽음이라는 사실이 막연하게 슬펐던지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들이 나비는 죽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난다고 우긴다. 그 말에 난 크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순간이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가슴이 꽉 차오르고, 벅차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 뜬금없이 자연관찰 책을 읽다가 그 순간을 맞이했다.


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난 축복받은 인생을 살고 있구나!



** 물론 나비와 매미와 잠자리는 이런 생각에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육아 안 해서 편하다고요! 라며..), 오늘은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내려 보기로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