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찌찌를 가진 사람

할머니 더하기 엄마

by 그 중간 어디쯤

아이를 낳고, 얼떨결에 엄마가 되었다.

조리원에 들어간 이후 3일이 지났을까?

내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전까지 나에게 가슴은

여성성의 상징이자, 비밀스러운 것이었는데


엄마가 된 이후

하루에도 수차례, 가슴을 드러내고 젖을 줘야 했고

마사지도 가슴 위주로 받았고

아이를 보지 않을 때조차 가슴을 드러내고 유축하게 되었다.


직장 복귀 후 학회에 갔다 돌아오는 KTX에서 유축했으니.. 말 다했지 뭐..


그리고

모유수유가 끝난 뒤

제법 봉긋하고 이뻤던 내 가슴은 축 늘어졌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 듯했고 그렇게 출산 후 불룩한 배와 처진 가슴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던 첫째가 5살일 때, 전해 들었다.

아이가 할머니 찌찌를 만진다는 것이다!!!!!!!


약간의 걱정에 육아서 까지 뒤져보았는데 그 시기에는 그럴 수 있으니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직장에 다니는 나보다 할머니와의 시간이 긴 첫째이기에 할머니 가슴을 만지는 것이 당연하다 싶었지만 한편으론 엄마의 순위가 밀려난 듯하여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가 엄마 찌찌도 만지고 싶단다ㅋ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 찌찌는 '대왕 찌찌'라고 했다.


대왕 찌찌!!!


축 늘어진 것도, 아주 작아진 것도 그대로인데

그렇게 불러주니 3배쯤 커진 것 같다.


나랑 비슷한 생각이 드셨던 것인지

어머님도 마냥 싫지는 않으신 눈치이다.


6살이 된 이후로도 빈도는 줄었지만 가끔씩 큰애는 대왕 찌찌를 찾는다.


하루는, '파랑이와 노랑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재능기부해주신 분 덕에 독후 활동지를 얻어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아이에게 "이거랑 이것이 합쳐지면 뭐가 될까?" 이런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내용이었다.


첫째가 갑자기 진~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랑 할머니랑 합쳐지면 어떻게 돼요?"


"응? 글쎄.. 뭐가 될까.."

사실 바로 답은 못해줬다. 바로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잠들기 전, 이런 생각이 나서 혼자 쿡쿡 웃었다.

첫째야, 얼굴은 잘 모르겠는데 아마 대왕 찌찌를 가진 사람일 거야. 그리고 분명한 건, 널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란 거지!



대왕 찌찌! 이제는 너무도 자랑스러운 나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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