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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13. 2020

사용자 등록 구간 뒤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세 번째다.


꿈에서도 느끼는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

어린 시절, 멋모르고 좋아하던 제자리 10바퀴 돌기 후 누웠을 때의 세상이 돌이 가는 느낌, 그것의 딱 5배 속도로 뱅뱅 돌아가는 세상.

한 번에 5초 정도라지만

5분보다 더 길게 느껴지고

먹은 건 다 게워낼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또 찾아왔다.


이석증

교과서에는 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ogo), 굳이 해석하자면 양성 자세 현훈.

다행히 악성 아닌 양성이다.

족보로 달달 외웠던 병이기에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6년 전 첫 발병 때는 정말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


지금은?

에잇~ 또야?

이번에는 가만히 누운 자세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세상이 뱅뱅 돌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앉거나 설 때 그나마 괜찮았던 것이었다.

'일은 할 수 있겠다.'

어제 입원한 경수 손상 환자분이 너무도 걱정되던 차였다.


서둘러 오전 반차를 내고 이비인후과에 방문해서 리덕션(이석증 치료)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강도가 약하게 지속되는 어지럼증 때문에 도저히 운전은 무리라서 발병 후 3일 동안 출퇴근할 때 (시) 아버님 차로 도움받았다.


아버님 차에는 아**비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가는 길에 몇 번씩  "사용자 등록 구간입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대체 이게 뭐지? 궁금증에 못 이겨 메슥거림을 참고 열심히 폰을 뒤져보았다. 말 그대로 이 네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록해 놓은 구간을 일컫는 말이었고,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아하~  감시카메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감속이 필요한 곳이구나!!!'


일하면서 조금

육아하면서 조금

브런치 글 잘 써야지 하면서 조금

확~찐자 되지 않게 살 빼야지 하면서 다이어트 조금


그 조금씩의 무리가 모여 내 몸에게 신호를 보냈고

"사용자 등록 구간"은 

잠시 쉬라는 몸의 신호를 받은

지금 내 상황 같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맥없이 누워있는 엄마가 되었고

충분하게 놀지 못했다고 느낀 아이 둘은 결국 약속이나 한 듯이 엄청난 잠투정을 하며 울다  잠들었다.


속상했지만 뱅글뱅글 도는 세상에 갇힌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틀 정도 지났을까.

어지럼증 확실히 좋아지고 누운 자세에서 자세 변경할 때에도 뱅뱅도는 세상이 찾아오지 않았다.

사용자 등록 구간은 지나간 모양이었다


그런데 신기했다.

어지럽지 않은 상태로 일할 수 있는 게 신이 났다.

아이들과 역할극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느껴졌다.

브런치 글 발행은 잠시 멈췄지만 이렇게 (나를 소재로 하여 ) 쓸 글감이 생겼다.

아, 아버님이랑도 더 친해졌다^^


게다가

갓 입원하신 경수 손상 환자분의 보호자분이,

자신도 이석증을 앓아 봤다며 적극적으로 공감해 주신 덕분에  한 달 만에 쌓을 라포(raport)를 이틀 만에 다 쌓을 수 있었다!!!


비 온 뒤에 무지개

인생지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인생 진리는 역시 통한다^^


3번째 찾아온 나의 사용자 등록 구간 뒤에는 무지개 처럼 예쁜 '소중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길에 매일 보는 터널속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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