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인 나는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오롯이 내 몫인 일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밥 먹는 것도, 목욕하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밤에 잠드는 것조차도.. 엄마가 없으면 없는 대로 할머니, 아빠와 해결한다.
하지만 단 하나!
나만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아이들의 손톱, 발톱을 깎아주는 일이다. 어머님께서 눈이 침침하다고 하셨고, 남편은 왠지 무섭다고 했다.
주말이 되면 아이를 꼭 안고 손톱, 발톱을 깎아 준다.
왠지 벅찬 그 순간은
내가 엄마임을 오롯이 느끼는 순간이다.
나는 그것을 위해 아이들의 손톱을 깎는다.
지난 일요일에 첫째가 물었다.
"손톱 왜 깎아야 해요?"
"글쎄, 왜 깎아야 할까?"
"안 깎으면 길어지니까요"
"맞아, 너무 길면 툭 끊어지기 쉬울 거야, 그래도 스위치 켤 때는 키가 쉽게 닿으니까 편할 수도 있겠다~"
"어? 이 손톱은 초록색이네요"
"가지고 놀았던 점토 같은데? 손톱 깎으면 이런 것도 싹~ 깨끗해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손톱을 다 깎았다.
손톱을 깎지 않으려는 둘째에게는 긴 손톱은 '괴물'만 가지는 것이니 착한 역할을 하려면 손톱을 깎아야 한다는, 말이 안 되지만 둘째에게는 잘 먹히는 말로 설득해서 깎는 데 성공했다.
손톱을 깎는 이유?
첫째는 손톱이 길면 불편하고 때가 낀다는 현실적인 이유이고 둘째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 지나고 출근했다.
중추신경계를 다친 분들은 '강직 (spasticity)'이라는 원하지 않는, 불수의 적인 강한 힘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경우가 많다.
환자 한분이 나에게 오늘 담당 치료사께서 손톱을 깎아주셨다고 했다.
"네? 왜요?"
손바닥을 보니 손톱자국이 선명하다.
최근 강직이 악화되었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손에서 갑자기 '초능력'이 나와 뭔가를 꽉 움켜쥐게 된다고 하셨다.
손톱 때문에 자신의 손바닥도 많이 아프지만
갑자기 심하게 초능력이 생겨서 치료사를 두 번 할퀴게 되었다고 하셨다.
"너무 미안해서 깎아달라고 부탁했어요"
힘든 그 상황을 초능력이 생겼다고 표현하시는 그분의 유머와 타인을 향한 배려.
나를 위한 손톱깎기가 아닌 타인을 위한 손톱깎기에 마음이 빼앗겨 약간 멍해지던 차였다.
그다음으로 찾아간 병실.
"오늘 컨디션 좀 어떠세요? 코로나 때문에.. 갑갑하시죠?"
"아니, 나야 뭐 이렇게 누워있으니 선생님도 찾아와 주고 너무 좋아요~^^"
진심으로 웃으면서 이야기해주시는 80세 사지마비 할머니의 미소가 내 머리를 한대 툭 건드려 주었다.
아, 이거..
내가 의사인데
오늘은 되려 뭔가를 많이 받은 기분이다.
손톱 깎는 일 조차 타인을 위해서 하고
갑갑하고 답답한 상황을 유쾌하게 만드는 이 두 분!
이 분들의 손을 더 꽈~악 잡아 드리기 위해
오늘 밤에는 내 손톱을 깎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