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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Mar 18. 2020

거울아 거울아 내 기분을 알려다오

생리 후 증후군은 따윈 없다!

하루에 환자분들을 포함하여 적게는 70명, 많게는 100명 정도의 사람과 마주친다.

주말에는 2분마다 2번 싸우고 2번 화해하는 일당 100의 아이 두 명과 지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살피는 것 또한 나의 중요한 의무이기에, 내 촉각은 언제나 다른 이의 기분을 살피는데 곤두서 있다.


환자분들께도 "오늘 컨디션 좀 어떠세요?"

아이들에게도 "기분 좋은 하루 보냈어?"

늘 물어보는 나인데

막상 나에게는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몰랐다.

내가 화가 나 있는지.


어제는 화가 비집고 나온 날이다. 뿜어지지 않고 온몸에서 비집고 나온 날.


병원의 행정 대응책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잘 계시던 환자분의 상태가 악화되었고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러움이 약하게 재발했다.

아이들은 오늘따라 더 말을 듣지 않는 것 같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이 전부 삐꺽거렸다.


하지만 딱히 화낼 대상도 없었고 큰 이벤트도 없었기에 내가 화내고 있는지 몰랐다.


퇴근한 남편이 평소답지 않게 나에게 엄청 관심 있게 물어본다.

"괜찮아? 무슨 일 없었어?"

"응, 없는데."

"오래 봐 와서 아는데 오늘 좀 화가 나 있는 듯 보여."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눈물이 울컥 났다. 부끄러워서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닦고는.. 알아차렸다.


그제야.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예민해져 있다는 것을.


내 화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흘러나온 몇 방울 눈물과 함께 화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는 잠 푹 자고 일어나면 해결될 것 같아!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꼬이고 짜증 나는 날. 이럴 때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생리를 시작했다.

아.. 생리 전 증후군이었나 봐! 

끝까지 탓할 거리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피식 웃는다.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

거울을 보면서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내 기분을 알려다오.


마스크 쓰기 전  미소도 한번 날려본다.


나 스스로 마음 알아차리기 노력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해 보았다.


생리 전 증후군은 극복 못했지만

생리 후 증후군은 없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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