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내 기분을 알려다오
생리 후 증후군은 따윈 없다!
하루에 환자분들을 포함하여 적게는 70명, 많게는 100명 정도의 사람과 마주친다.
주말에는 2분마다 2번 싸우고 2번 화해하는 일당 100의 아이 두 명과 지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살피는 것 또한 나의 중요한 의무이기에, 내 촉각은 언제나 다른 이의 기분을 살피는데 곤두서 있다.
환자분들께도 "오늘 컨디션 좀 어떠세요?"
아이들에게도 "기분 좋은 하루 보냈어?"
늘 물어보는 나인데
막상 나에게는 물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말 몰랐다.
내가 화가 나 있는지.
어제는 화가 비집고 나온 날이다. 뿜어지지 않고 온몸에서 비집고 나온 날.
병원의 행정 대응책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잘 계시던 환자분의 상태가 악화되었고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러움이 약하게 재발했다.
아이들은 오늘따라 더 말을 듣지 않는 것 같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이 전부 삐꺽거렸다.
하지만 딱히 화낼 대상도 없었고 큰 이벤트도 없었기에 내가 화내고 있는지 몰랐다.
퇴근한 남편이 평소답지 않게 나에게 엄청 관심 있게 물어본다.
"괜찮아? 무슨 일 없었어?"
"응, 없는데."
"오래 봐 와서 아는데 오늘 좀 화가 나 있는 듯 보여."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눈물이 울컥 났다. 부끄러워서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닦고는.. 알아차렸다.
그제야.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예민해져 있다는 것을.
내 화를 알아차림과 동시에 흘러나온 몇 방울 눈물과 함께 화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는 잠 푹 자고 일어나면 해결될 것 같아!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게 꼬이고 짜증 나는 날. 이럴 때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생리를 시작했다.
아.. 생리 전 증후군이었나 봐!
끝까지 탓할 거리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피식 웃는다.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
거울을 보면서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내 기분을 알려다오.
마스크 쓰기 전 미소도 한번 날려본다.
나 스스로 마음 알아차리기 노력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해 보았다.
생리 전 증후군은 극복 못했지만
생리 후 증후군은 없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