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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Dec 27. 2020

아들에게 선물한 주방놀이

크리스마스 선물

키즈카페에 함께 가게 되면 소꿉놀이 장난감들이 한가득 있는 방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해 준다.

"자 이거 드세요~" 하면서 말이다.

요즘 도통 밖에 나가지를 않으니 갑자기 그런 순간들이 아쉬워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다가

주방놀이를 선물하기로 했다.


저 큰 박스는 도저히 포장할 엄두가 나지 않아 트리 옆에 그냥 세워두고 편지를 썼다.

대체 내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저것을 샀을까? 

고민해 보았다.

일단 우리 집 부엌에서는 어머님이 대장(최고 요리사)이시다.

주말 한 끼 정도는 나..

그다음 남편과 할아버지 순서의 부엌일 기여도.

이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그렇지만 '성역할에 대한 편견 없이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누구든 최고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썼다.

너희가 원한다면 너희는 무엇이든 꿈꾸고 될 수 있어!!



아침이 되어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마음에 쏙 든다는 아이들에게 편지 읽어 줄까 물으니 "아니요" 이런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데 거기다 대고 내 마음을 담은 편지를 큰소리로 읽어주고서는 열심히 조립해  주었다.


앗!! 이거

신기한 기능이 너무 많다.

가스레인지에서 소리도 나고 수증기도 올라오고, 수전에서 물도 진짜로 나오고!

그것들이 더 신기한지, 아이들은 계속 과일을 씻고 가스레인지를 틀어놓기만 했다.


"자 이거 드세요~"란 이야기는 한마디도 못 들었다.


늘 예상 밖의 일들만 일어나는 육아지만 이번엔 제법 당황스럽다. 하지만 선물을 좋아해 줘서 정말 다행이다.


애초에 성역할 편견이 없는 아이들인데

내가 괜히 앞서서 걱정하고 설레발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생각 많았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준비하느라 새벽에 일어난 후유증으로 낮잠을 푹.. 잤다.

그렇게 나에게는 낮잠을 선물한 2020년도 해피 크리스마스도 지나갔다.


첫째 둘째 보물들아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이번 주 일요일에는 정말 맛있는 요리에 도전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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