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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Jan 07. 2021

먹이사슬 꼭대기에 왜 네가 있니?

요즘 우리 아이들 '신기한 스쿨버스'에 빠져 사는데 덕분에 먹이사슬, 식물성, 동물성 플랑크톤까지 빠싹 하게 알고 있으니 신기방기 하다.  


주말에 새해를 맞아 내가 대청소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인심 크게 썼다. 집에 박혀 있던 스티커들 다 꺼내 주고 마음껏 꾸미라고 했더니 멋진 바다와 공룡이 살던 육지가 탄생했다.

옆에 있던 아빠랑 먹이사슬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풀을 초식공룡이 먹고, 초식공룡을 육식 공룡이 먹고..

그럼 티라노사우르스는 누가 먹어?

아빠 질문에 첫째가 대답했다.

화산!!!!!!!!

(Feat. 공룡이 사라진 이유 ㅡ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그럼 바다로 가보자.

식물성 플랑크톤을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그것을 멸치가 먹고 멸치를 참치가 먹고..

이 까지는 책 내용이다.

참치는 누가 먹어?

"음.. 나!" 이러더니 웃는다.

"아니다, 상어!" 이러면서 말을 바꿨다.


그럼 상어는 누가 잡아먹어??


진지하게 고민하던 아이가 말했다.

쓰레기


쓰레기 때문에 상어가 죽는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마음에 돌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먹이 사슬은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맞아, 어쩌면 네가 말한 대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는 사람과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있는 것 같아..


대청소하면서 나온 쓰레기를 한 번 더 분리해서 담았다.

그날은 괜히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 보았다.

평소 펑펑 쓰던 샴푸도 적게 짜 썼다.


이렇게 하면 먹이사슬 꼭대기에 올라 있는 쓰레기가 저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수 있을까..?

쓰레기야, 네가 왜 거기에 있니?

얼른 내려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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