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될뻔한 엄마의 비밀

by 그 중간 어디쯤

난 영화배우 출신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니고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거의 유일하게 단발머리를 고수하던 여자 고등학교라는 이유로, 우리 학교 학생 대상으로 엑스트라를 모집했다.

나는 당연히 줄을 섰고, 아주 아주 유명세를 떨친 '친구'의 한 장면에 1초 정도 얼굴을 비출 수 있었다.


지금 그러한 기회가 다시 온다고 하면?

다시는 안 할 것 같다.


3분 남짓한 그 장면을 찍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도시락은 한○ 도시락 중에서도 가장 최상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출연료도 받았다.

하지만 정말 정말 추웠다. 엑스트라용 교복은 말 그대로 단추도 제대로 없는 천 쪼가리였고, 따뜻한 곳에서 쉬다가 짠~ 나타나는 주연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덜덜 떨면서 그 자리에 그렇게 머물러야만 했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쉴 새 없는 수다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장동건도 멋졌고, 밴드 레인보우도 너무 이뻤다.

무엇보다 처음 보는 영화 세팅장의 규모에 마음이 빼앗겼었다.


그날은 영화 3분의 1 정도는 함께 찍은 줄 알았다. 너무 오래 찍었기에..


후에 다 제작된 영화를 보고서야

전체 영화에서 그냥 훅~ 지나가 버리는 그 순간을 위해 수십 번 같은 장면을 찍고 또 찍고 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는 영화 한 편 안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을지 헤아리는 버릇이 생겼다.


영화배우가 되지 못한 나는

요즘 아이들과 역할극을 하며 한없이 연기에 몰입 중이다.

심지어 같은 내용으로 하루에 10번 연기를 한적도 있다.

배역은 브레멘 음악대의 당나귀, 신데렐라, 빨간 모자, 암컷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물고기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아이들과의 이 시간이

아이들의 긴 인생에서 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빼곡하게, 비워지지 않게 채워주고 싶다.


그 순간들을 잘 모아 멋진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갈 두 아이에게 주고 싶은 엑스트라 엄마의 마음이다.


사실 엄청 수고스럽고 힘들 때도 많은데,

고등학생 때 멋모르고 즐거웠던 그때의 나처럼

이 순간들도 그렇게, 그렇게 지나갈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관 상영이 종영되고 굳이 DVD를 빌려 내가 나온 장면을 캡처했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의 인생에 내가 일부였음을 느껴보려 이 글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 쓴다고 집에 안 들어가고

여차여차 퇴근이 늦어지고 있는 건.. 안 비밀이다!!!


내가 주연처럼 보이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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