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게 되었다면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출근 준비를 마저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여 급한 일 인계와 환자분들께 작별인사를 하고 올 것 같다. (2시간)
서둘러 다녀오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있겠지?
남편도 출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모님들께도 할머니께도 우리 집 잠시 들러주십사 말씀드리고, 오신 모든 분들을 꼭 안고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말할 작정이다. 부끄럽지만^^
아마 그 뒤엔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놓칠세라 눈을 크게 뜨고, 밥도 같이 먹고 역할극도 설렁설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목욕할 때는 씻기면서 뽀뽀랑 사랑한다는 말 백번은 해줘야지. 그리고 재우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꼭 안아줄 예정이다. 아참, 큰애 발에 보습제도 잊지 않고.. 손발톱도 깎아줘야지.
피곤하겠지만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둘만의 시간이 생기면 남편에게도 꼭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한 뒤 남편이 잠들기 전까지 지켜봐 주고 싶다.
새벽 두시쯤.
예약 문자를 보내야겠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고마우신 스승님, 내가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새벽 세시쯤.
아이들에게
20살 때까지 매년 생일에 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써두고 싶다. 짧게나마 나의 온 마음을 담아.
그러고 나면 새벽 5시쯤 될까?
남은 한 시간.
깨끗이 씻고 예쁜 옷을 입을 것 같다.
어디에 누워있을지도 고민해 봐야지.
이제 24시간이 거의 다 간 것 같은데..
24시간이 다 지난 뒤 나를 발견할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나에게도 수고했고 사랑한다 이야기해주면서
그렇게 '1분 일찍' 눈을 감고 있고 싶다.
죽음! 네가 날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맞이한 것이거든?
1분은 딱 그런 의미.
그리고 나면
진짜로
안녕
이렇게라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체로 내가 봐온 죽음은
건강을 잃은 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운 채 맞이하는 죽음이었기에..
그리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이전에도 수차례 들어온 이야기들처럼
오늘을 제대로 살아야겠다. 출근 준비할 수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렇게 적어 제출하고 출근했다.
나에게 24시간 밖에 없다는 것이 '진짜'라고 상상해 보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고맙다', '사랑한다' 밖에 없었다. 그 말만 해도 모자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소중한 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퇴근해서 돌이켜 보니 오늘도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그렇지만 이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시작한 첫날을, 다이어리에 동그라미 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