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by 그 중간 어디쯤

연년생이지만

아들 둘이지만

난 여태껏 아이들에게 제대로 큰소리를 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글 제목 그대로다.

휴가 마지막 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대체 왜 그랬을까?


며칠 전, 이른 여름휴가를 떠난 거제도에서 3일 내내 주룩주룩 내리는 비만 실컷 보고 돌아왔다. 물론 출근하지 않고 쉰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숙소에서만 보내는 시간들이 마냥 싫지는 않았지만.. 아쉽긴 했다.


게다가 아이 둘과 함께 숙소에서 쉬는 것은 제대로 쉰다고 보기가 어려웠다.

나만의 시간은 아이들이 잠든 후에나 가능했다. 나도 잠이 쏟아지니.. 10분 남짓.

게다가 요즘 4살 역할을 제대로 하는 둘째 덕에 마치 내가 '짜증 받이'가 된 것 같이 느껴졌다. (억지 부리는 모습이 어이없지만 귀엽기는 하다.)


평소에는

출근을 하면 몸은 충전되는데 정신은 소진된다.

퇴근을 하면 몸은 '방전'되는데 정신은 충전된다.

퇴근 후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그 시간 만으로 나에게 삶의 의미를 준다. 그래, 평소에는.


하지만 휴가 기간 동안

평소에 맞추던 내 삶의 균형이 쩍~ 균열되었다.

푹 쉴 거라 기대했던 지라 그 비대칭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나마 휴가 마지막 날이 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내 마음에 한 뼘의 여유가 살아 있었기에.

하지만 휴가 마지막 날,

균열되어 벌어진 틈 사이로 피곤함과 짜증이 새어 나왔고

아이들이 장난감 때문에 서로 큰소리치면서 뒤엉켜있는 것을 본 순간 그것들이 폭발해 나왔다.


"둘이 떨어져! 떨어지라고 했지?! 떨어져 엇!!!"

내가 들어도 무섭고 큰 목소리였다.


"엄마가 소리 지르니까 싫고 무섭지? 엄마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야! 너네도 안 그러면 좋겠어"

미안함에 덧붙인 말도 횡설수설, 내 변명. 게다가 여전히 큰 목소리였다.


둘째는 울며 안기고

눈치 빠른 첫째는 씩씩거리고 서있었다.


그날 밤, 잠이 영~ 들지 않아 내 나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반성보다 더 많이 "수고 많았다"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 주었다.


다시 출근하는 날 아침 거울을 보니

입안에 커다란 혓바늘이 나있다.

나쁜 말을 담았던 '벌'이기도 한 것 같고 휴가 기간 수고에 대한 내 몸의 '반란' 같기도 하다.


출근하니

모두들 3일 내내 비 오던데.. 괜찮았어요?

물어본다.

휴가 딱 끝나니

아주 맑게 개였다. 거참.. 하늘!


그래도 확실히

오늘은 진심으로 웃음이 난다.

마음이 편안하다.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어머님과 아버님이, 엄마 아빠가, 이모할머니가 함께 돌보아 주심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다음번 큰소리 지르는 것은

다음 휴가 때까지는(?)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모든 신경이 곤두서 날카로웠던 요 며칠을 반성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 놓고

마음속으로는 다음 휴가를 기다리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를 보니, 참..


있잖아

다시, 화이팅이야!!


*선배 엄마들이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지금이 좋을 때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해주신다. 지금의 나에게 그 말이 훅 와 닿지는 않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들이 그리워질 것을, 막연하게 머리로는 안다. 인생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되풀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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