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시간이 24시간이라고?

by 그 중간 어디쯤

며칠 전부터 매일 세줄 쓰기를 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주제를 주시면, 거기에 대한 글을 써서 그날 안에 제출.

어제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슬쩍 주제를 보았다.


내게 남은 시간이 24시간이라면?


조금 일찍 서두르던 중이었기에 메시지를 본 순간 화장실에 들어가려다 말고 소파에 앉았다.


어제 알았더라면, 내 일들을 인계하고 왔을 것이고


오늘 알게 되었다면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출근 준비를 마저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여 급한 일 인계와 환자분들께 작별인사를 하고 올 것 같다. (2시간)


서둘러 다녀오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있겠지?


남편도 출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정을 이야기하고


부모님들께도 할머니께도 우리 집 잠시 들러주십사 말씀드리고, 오신 모든 분들을 꼭 안고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말할 작정이다. 부끄럽지만^^


아마 그 뒤엔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놓칠세라 눈을 크게 뜨고, 밥도 같이 먹고 역할극도 설렁설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 같다. 목욕할 때는 씻기면서 뽀뽀랑 사랑한다는 말 백번은 해줘야지. 그리고 재우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꼭 안아줄 예정이다. 아참, 큰애 발에 보습제도 잊지 않고.. 손발톱도 깎아줘야지.


피곤하겠지만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둘만의 시간이 생기면 남편에게도 꼭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한 뒤 남편이 잠들기 전까지 지켜봐 주고 싶다.


새벽 두시쯤.

예약 문자를 보내야겠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고마우신 스승님, 내가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새벽 세시쯤.

아이들에게

20살 때까지 매년 생일에 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써두고 싶다. 짧게나마 나의 온 마음을 담아.


그러고 나면 새벽 5시쯤 될까?

남은 한 시간.

깨끗이 씻고 예쁜 옷을 입을 것 같다.

어디에 누워있을지도 고민해 봐야지.


이제 24시간이 거의 다 간 것 같은데..


24시간이 다 지난 뒤 나를 발견할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나에게도 수고했고 사랑한다 이야기해주면서

그렇게 '1분 일찍' 눈을 감고 있고 싶다.


죽음! 네가 날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맞이한 것이거든?

1분은 딱 그런 의미.


그리고 나면

진짜로

안녕



이렇게라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체로 내가 봐온 죽음은

건강을 잃은 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누운 채 맞이하는 죽음이었기에..

그리고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이전에도 수차례 들어온 이야기들처럼


오늘을 제대로 살아야겠다. 출근 준비할 수 있어 행복한 아침이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이렇게 적어 제출하고 출근했다.


나에게 24시간 밖에 없다는 것이 '진짜'라고 상상해 보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고맙다', '사랑한다' 밖에 없었다. 그 말만 해도 모자랄 것 같은 시간이었다.

소중한 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퇴근해서 돌이켜 보니 오늘도 평소랑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그렇지만 이 평범한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시작한 첫날을, 다이어리에 동그라미 쳐 두었다.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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