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단 것이라면 울다가도 뛰어 온다.
사탕을 주자마자
"녹여먹는 거지요?" 하더니 1분도 채 안되어서 우적우적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사탕 녹여 먹으란 말을 한 적 있었던가.. 생각했다.
내가 어릴 적에
하도 사탕을 우적우적거리니, 녹여먹으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는데
그 이유가 '이가 상할 수 있으니까'였다.
나도 진실은 모른다.
왜?라는 질문을 품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녹여먹으면서 단물이 입안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이나, 씹어서 이에 사탕이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이나 충치 생기는 데는 똑같이 최적의 조건인 듯하다. 단, 사탕을 씹을 때 머리까지 탁 하고 울리는 충격은 확실히 녹여 먹으면 없다.
탕수육 부먹과 찍먹.
난 찍먹.
카레도 안 비비고 덮밥처럼 얹어놓고만 먹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본연의 밥의 맛과 카레의 맛을 따로 느끼면서 입속에서 섞이는 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취향.
아~ 나도 취향이 있구나.
이런 게 취향인데 여태껏 취향을 내세워 본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탕수육에 소스를 쓰윽 뿌려 놓으면 소스가 덜 묻은 것을 골라 먹었을 뿐, 내 취향을 존중해서 이쪽은 뿌리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는 잘 못했었다.
왜?
.
.
.
우적우적
소리가 조금 사그러 드는 걸 보니 사탕을 거의 다 먹었나 보다. 한 개 더 달라는데 지금 꺼내 주는 두 번째 사탕이 마지막이란 말과 함께 사탕 먹고 이 바로 닦자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깨물어먹는 것은 아이의 취향이니 존중해 주기로 했다.
사탕! 그거 씹어 먹어도 괜찮아^^
어른이 된 나는
사탕이 조금 싫어졌다.
대신 초콜릿이 좋다.
원래 그런 날이니까, 사탕을 주고받는 날이니까, 잘 안 먹는 사탕을 받고 눅진해진 사탕을 그대로 버린 지난날을 돌아보며
올해는 사탕을 받아도 둘째가 잘 먹어 치울 거란 생각이 스쳐가긴 하지만..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2021년 화이트데이
40대를 코앞에 둔 나는 남편에게 말할 작정이다.
드. 디. 어.
이. 제. 서. 야.
용기 내어
여보~ 초콜릿 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