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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Oct 15. 2021

다행이다의 반전

집이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소방서가 근처에 있다.


그래서 종종 경험하는 일은 소방차와 구급차의 대출동을 목격하는 일!

한 두대가 아니라 대여섯 대가 동시에 사이렌을 울리면 웅장하기까지 하다. 이 소리가 다급하게 빠른 속도로 집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느껴질 때면 호기심 반, 큰일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반으로 베란다로 뛰어나가 밖을 쳐다보곤 한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때에는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매번 그렇게 했었는데 어느샌가 둔감해져 사이렌 소리를 듣고도 그냥 지나치는 날들이 잦아졌다.


하지만 며칠 전 밤엔

소리가 꽤 커서 괜히 내가 더 궁금해졌다.

재밌게 역할 놀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일까?"

툭 던져 보았다.


잠시 머뭇, 그리고 동시에 다 같이 베란다로 달려 나갔다.

첫째 일등

둘째 이등

나는 삼등으로 도착


둘째가 묻는다.

형아, 봤어?


대답이 없다.


형아 봤냐고?


아니 못 봤어


휴~ 다행이다.

.

.

나도 못 봤거든.



아이의 솔직한 뒷말에 웃음이 났다.


첫째는 터덜 거리며 들어오고

둘째는 조금 더 유리창에 머리를 대고 있더니 들어온다.


보려고 했던 그 순간을 놓친 아쉬움보다

형도 못 봐서 다행이라 말하는 둘째를 보며

인간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도 자주 둘째처럼 행동한다.

어른이 된 도리로 다행이다란 말을 입밖에 내지 않을 뿐이다.


타인과의 비교 말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을 비교하는 경지는 언제쯤에야 도달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5살 때 잘 안 되는 거 인정!

40살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안됨.

대체 몇 살이면 가능할까나~?

속으로도 다행이다란 말을 하지 않는 그 경지에 이르는 날이 오면 참 좋겠다.



**나이 든다고 성숙해지거나 성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지인들과 나누었던 대화도 떠올려 본다.


누군가 "사람의 성장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졌고 또 누군가 "화 안 내고 삐지지 않는 정도"라고 대답한 뒤 이어진 대화였다. 공유해 주셨던 이 많은 명언들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곳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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