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 중이었다.
집 근처 문 닫은 지 1년 된 대형 마트 앞에서 정차 중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첫째가 외쳤다.
엄마 저기 봤어요?
어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어요!!
응?
어디?
저기요
저기 야자나무 보이죠
응
마트 앞 야자나무
응
저기 밑에 있어요
등골이 오싹했다.
안 보이는데 봤다고 할 수도 없고
보이는 척은 못하겠고
저 사람들?
아주머니 두 분을 내가 가리켰다.
아니요
저기 안 보여요?
저기에 있잖아요!!!!!
이쯤 되자
아무런 가족력도 없지만 혹시 우리 아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닌지 슬슬 의심되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첫째야
미안한데
다시 한번 설명해 줄래?
엄마는 안 보여서.....
울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물어보았다.
.
.
.
저기 돌이요, 엄마랑 아이 모양!!!!
모자 동상이었나 보다.
신호가 바뀌어서 난 끝내 보지 못했지만
아이가 돌이라고 말해주는 순간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 와중에
아이가 진짜 이쪽 재능이 있으면
뜻한 바는 아니었지만 믿어주고 응원해 줘야겠다 생각한 나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렇지만 언제나 아이 편이 되겠다는 내 다짐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다..
저 마트가
앞으로 어떤 곳으로 변신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당분간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자주 그 등골 서늘했던 시간이 떠오를 것 같다.
오싹했던 오해였다.
덧) 저곳에는 너무 높은 건물이 들어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마트가 들어오거나,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시설로 가득 찬 곳이 되면 좋겠다고 바라 본다. 병원도 좋을 것 같다.
...
그렇게 변하기 전에 '모자 동상'보러 한번 꼭 다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