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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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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간 어디쯤
Oct 2. 2021
2020년 6월 26일
달팽이 한 마리가 우리 집에 왔다.
지인이 분명히 경고했었는데
난 기껏해야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팔뚝만 한
달팽이.
같이 산 세월이 1년이 넘어가다 보니
슬슬 정이 들어서인지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내가 달팽이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어제 달팽이가 먹다 남긴 아이보리 색깔의 배 조각과
아이보리색 똥을 치우면서
머리 색깔은 괜찮은지
날파리가 꼬여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먹은 것의 색깔대로
갖가지 색깔 똥을 싸는 달팽이..
너는 참 투명하다!!
난 내가 먹은 것, 본 것, 들은 것을
이렇게 투명히 내뱉는 존재일까..?
책에서 본 좋은 것들, 스치다 간직한 소중한 생각들을
나만의 잣대로 오염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았다.
팔뚝만 한 몸체를 지니고서도
날파리 한 마리 눌러 죽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
넌 날파리가 귀찮지도 않니? 핀잔을 줘 본다.
핀잔주면서도
오늘은 녹색 똥을 쌀 것이 분명한 투명한 저 달팽이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제 너 식용이라고 놀리지 않을게..
귀엽다^^ 사진찍는다고 V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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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9살 어린왕자들을 육아하면서 아픈 아이와 어른들을 돌보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저는 이쪽과 저쪽의 의미를 곱씹으며 여행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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