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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 중간 어디쯤 Feb 11. 2022

사랑했던 몽이

이틀 전, 2022년에 19세를 맞이했던 몽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젖내 나는 아기 강아지가 엄마가 되고, 몇 년 전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가 되기까지.. 참 오랜 세월 우리 가족과 함께 했다.


꽤 정정했던 몽이지만 며칠 전부터 식음을 전폐하기 시작했다. 하다 하다 안돼서 뉴케어까지 사서 먹여보시는 엄마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주말에 말씀드렸건만 정작 내 마음의 준비는 잘 되지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받게 된 엄마의 울먹이는 전화에 “나이 들었고 고생도 많이 안 했잖아요, 사랑도 많이 받았으니 잘 살았어요. 좋은 곳에 갔을 거예요.”라는 대답을 오히려 덤덤하게 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던 게 이틀 전인데..


오늘 새벽

이 조용한 와중에

눈물이 난다.


전날 저녁,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되신

몽이를 보면 이상하게 나를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나의 외할머니)의 전화를 받아서인지..


아니면 슬픔은 원래 이렇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새벽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누릴 수 있었던 것인지


내가 지금 품에 안고 있는 9살 죠리퐁(우리 집 강아지)의 맑은 눈을 보면서

“퐁아, 날 사랑해줘서 고마워"라고 속삭인 직후여서 인지


내 곁의 모든 생명이 유한하다는 자각이 들어서인지


그저 몽이의 죽음이 많이 슬픈 것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지금 이 순간 계속 흐른다.


진정 가족이었던 몽아.

버스 택배로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단다. 파보장염과 산후풍을 이겨내고 꽃개(같이 살던 또 다른 강아지)의 구박에도 꿋꿋하게 살아내었던 너의 세월도 기억한단다. 침대와 소파를 넘나들던 너의 날렵함도 기억한단다.

또 내가 놓친 건 없을까??

못 걷게 되고 피골이 상접해진 후에도 눈만큼은 반짝이던 너의 마지막 모습이 그립고 미안하구나.


몽아. 널.. 기억할게.

우리 가족으로 살다 가주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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