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콕

슬기로운 자본 생활:이자 그리고 채권

난세에서 살아남기 (12)

by 외노자 정리

난세에서 살아남기 12편, 슬기로운 자본 생활: 이자 그리고 채권.



이자란 무엇인가?

만약 한정적인 재화와 자급자족의 세계에서 현금 100만 원만 존재하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면, 100만 원이라는 돈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가, 그리고 땅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 그리고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매우 단순하다.

자본가는 돈이 있지만 땅은 없으므로 자산가의 땅을 50만 원에 빌린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50만 원을 주어 땅을 가꾼다. 밭의 소출을 얻어 노동자와 자본가에게 각각 50만 원에 판다. 나머지 소출은 자산가의 양식이 된다. 돈이 돌고 돌아 자본가에게 돌아가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산가의 땅에 노동력이 없으면 소출이 생기지 않는다; 노동자의 노동력은 월급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자본가의 돈은 소출이 없으면 밥을 사 먹을 수가 없다.


자본가의 자본이 노동력으로, 땅으로, 소출로, 위치 이동하며, 결과적으로 자본가의 돈 100만 원은 100만 원과 잉여 소출로 돌아온다. 위치 이동은 사재기의 경제학난세의 건설학에서 밝혔듯이,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잔잔한 수면에 파장이 인다.


그 사람이 자본가에게 말한다. 저에게 돈을 맡기세요. 1년 뒤, 100만 원과 잉여 소출을 돌려드릴게요.
이어, 노동자에게 말한다. 땅을 가꾸어 주시면 5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산가에게 말한다. 땅을 빌려주시면 5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자급자족의 세계에서 자본가의 행위를 대신하는 agent로 볼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예전만큼 좋지 않다. 즉, 작년보다 소출이 적어 잉여 소출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자와 자산가는 예년과 동일하게 각각 50만 원 치의 소출을 사 갔다. 그때, 자본가가 뒷짐을 지고 걸어와 그 사람에게 말한다.

'제 돈 100만 원과 나머지 소출을 주시오.' 그 사람이 말한다.

'죄송합니다. 흉년이 나서 당신에게 드릴 잉여 소출이 없습니다' 자산가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때 이 사람이 말한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계산해 보니 매년 잉여 소출이 지역 화폐로 환산하면 20만 원 정도였더군요. 그럼 제가 잉여 소출 대신에 현금 20만 원을 빌린 100만 원과 함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이제까지 잉여 소출을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온 자본가는 올해 먹거리 걱정도 사실 없고, 돈은 늘어나니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하여 이에 동의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떻게 20만 원을 만들어 냈을까? 간단하다. 그 지역의 화폐를 인쇄했다. 그렇게 이제 이 마을에 돈은 100만 원에서 120만 원이 되었다.


기존의 잉여 소출분은 재화 goods 지만, 지금 발행한 20만 원은 화폐다. 잉여 소출은 흉년기에 자본가의 인심으로 자산가와 노동자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였다. 경주 최부자집의 곳간은 항상 가득 차 있었고, 꼭 필요할 때 곳간은 항상 열렸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상하다. 마을에 잉여 소출이 없는데 오히려 돈은 늘어났다. 이러한 (자급자족 세계의) 비정상 상황이 바로 자본주의의 태동을 알린다. 기존의 자급자족 세계에서는 자산가와 노동가는 땅과 노동력을 소출로 바꿔왔다. 자본가는 곳간에 잉여 소출을 쌓아왔지만, 집안에 돈을 쟁여놓을 필요가 없었다.


잉여 소출이 없는데도 자본가에 위치 이동한 인쇄된 20만 원의 화폐가 바로 자본주의 세계의 이자가 된다. 화폐가 노동력으로, 노동력이 잉여 소출로 치환되는 자급자족의 시스템을 벗어나, 잉여 소출이 없는데도 화폐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자라는 개념으로 발현한 것이다. 이러한 이자라는 개념 덕에 (자원은 한정적인 이 지구에서) 화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다.


이자라는 것은 역사 속에서 분명 존재했지만, 이자가 화폐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의 필연적 탄생을 예고한다. 그리고 제3의 주체인 그 사람이 등장함에 따라 후천적으로 돈을 맡기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이 생긴다. 여기서 탄생하는 단어가 바로 채권이다. 이자를 내야 하는 사람은 채무자, 이자를 받는 사람은 채권자라 한다. 그리고 이자를 퍼센트 percentage로 표현한 것이 바로 이자율 혹은 금리 interest rate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채권은 무엇인가?

채권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액면가는 내가 받아야 하는 원금, 그리고 표면 금리는 내가 받을 수 있는 이자율을 뜻한다. 채권과 이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채권과 이자의 개념은 동시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장기채권과 단기채권은 무엇일까?

장기 채권은 돈을 장기간 빌려주고받는다. 그래서 표면 금리가 높다. 그 이유는 내가 돈을 더 길게 빌려줬기 때문에 더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하는 시간의 개념이 들어가 있다. 장기 채권은 보통 10년 이상의 채무기간을 가진 채권을 뜻하며, 길게는 30년 채권도 존재한다.


반면 단기 채권은 표면 금리가 낮다. 상대적으로 짧은 채무 기간을 가지는 만큼, 금리가 낮다. 그만큼 '단기'라는 시간이 메리트가 될 수 있다. 3개월, 1년 그리고 2년 등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가진 채권이다.






슬기로운 자본 생활 2편,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현상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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