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근사힌 말을 확인하고자, 집에서 25km 이웃 동네 안성의 숨은 단풍명산 서운산을 걸었다.
보통은 청룡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은적암을 거쳐 정상(547m)을 다녀오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트레킹보다는 단풍구경을 목적으로 나들이하기 좋은 코스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Y대장의 선택은 이름하야 금북정맥 코스, 처음 가보는 길이다.
바이크 족들의 성지인 엽돈재에서 시작해 서운산 정상을 찍고 좌성사로 돌아 내려오는 12.5km 코스로 역시 만만치 않다.
*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이름 지었다. 10대 강의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령들을 기본정맥으로 삼고 있어 대부분 그 이름이 강 이름과 관련되어 있다. 금북정맥은 금강의 서북쪽을 지칭하며, 백두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다시 금북정맥으로 연결되는 충청의 대표적인 산줄기다.
oneway 코스인지라 차 한 대는 청룡사 주차장에, 또 한 대는 엽돈재에 세웠다.
'역시, 사람이 없다.'
단풍피크라 청룡사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만차인데, 엽돈재에서 정상에 이르기는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두 명쯤 만났나?
한적한 길, 소박한 이정표
엽돈재에서 서운산 임도까지는 완만한 소로가 이어진다.
시월의 끝주말인데 조금 걸으니 바람막이를 벗어야 할 만큼 햇살이 따스하다.
적당히 땀을 식혀주는 청량한 바람도 고맙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랗다.
사진에 담으니 그냥 '블루스크린'이다.
블루스크린 아니고 가을하늘임다
정상엔 인파가 가득하고, 몇 안 되는 벤치도 만석이다.
서운산 단풍 하면 대개 청룡사에서 은적암 가는 계곡을 떠올린다.
어느 해인가 계곡을 붉게 물들이고도 남아 바닥에 수북이 쌓인 색색의 잎사귀에 정신줄을 놓을 뻔,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더 길고 멋진 단풍 터널은 좌성사에서 청룡사로 내려오는 길이다.
오후의 햇살이 환하게 쏟아지는 단풍터널이 1 km이상 이어진다.
다음 주쯤 절정에 이를 것 같지요?
역시 온난화 탓인가? 오늘 단풍과의 숨바꼭질은 좀 아쉽다. 기대했던 만큼 물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