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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정 Mar 23. 2020

왜 우리는 살찌는가?(Why We Get Fat?)

'확진자'도 '확찐자'도 싫은 그대를 위한 책 선물

일상이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변했다.

모두 조심스럽고 안절부절이다.

팔꿈치로 악수를 대신하고 심지어 엘리베이터 버튼도 팔꿈치로 누르는 광경도 눈에 띈다. 외계인도, 핵전쟁도, 지진/해일 같은 자연재해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따위가 세상을 이렇게 바꿔 놓을 줄이야.  갑갑증을 못 견뎌 지난 주말 조심스레 찾은 은석산엔 노란 개나리, 생강나무 꽃과 함께 팝콘이 터지기 직전인 진달래가 여느 해처럼 피어 있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네!'


'확진자가 될까 방콕하다 확찐자 되었다'는 우스개가 SNS에서 유행하기에, 서가에 방치했던 왜 우리는 살찌는가(게리 타우브스 저, 2019)를 꺼내 읽었다.


 

 

믿을 만한 저자인가?  

저자인 Gary Taubes는 <사이언스>, <디스커버>, <에틀랜틱>의 과학 및 건강 탐사 전문 기자이다. 하버드에서 응용물리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학과 언론학을 공부했다.   미국 과학작가협회 언론인상을 세 차례 수상했으며,  굿 칼로리 배드 칼로리(2007), 설탕을 고발한다(2016), 왜 우리는 살찌는가(2010) , 세 권의 비만대사 시리즈를 내어 놓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본 서는 사이언스와 뉴욕타임스 메거진에 연재했던 탐사 보도 기사들을 기초로 쓰여졌다. 인용된 논문의 목록만 21쪽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한 학술적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엄청난 유행을 불러왔다. 덤으로 역자가 서울의대 후배이자 최고의 의학전문 번역가인 강병철 선생이니 신뢰가 간다.


'많이 먹거나 적게 움직여서 살찌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다이어트 이론의 황금률인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살찐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가 바뀐 것이란다. 그 근거로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질까?",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질까?", "왜 어떤 사람은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을 그렇지 않을까?" 등의 소제목 하에 적게 먹는 것과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체중 조절에 큰 효과가 없다는 생생한 사례와 연구들을 제시한다. 역사적으로도 비만은 항상 빈곤 계층, 즉 칼로리 부족과 과도한 육체노동에 시달린 계층에 만연했다. 우리 몸은 칼로리 인풋이 아웃풋보다 많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지방을 축적하는 단순 저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고탄수화물과 설탕

이런 전복적 사고의 중심에 인슐린이 있다.   

탄수화물과 설탕의 과다 섭취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인슐린 과잉은 지방(특히 복부) 축적뿐 아니라 기초 대사율을 낮추어 움직이기 싫게 만들며, 탄수화물과 설탕에 대한 갈망과 집착(일종의 중독)을 통해 오랜 습관으로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인슐린혈증은 신장에서 나트륨을 재흡수해서 수분 저류를 초해하여 혈압을 올리고, 요산 배설을 저하해서 통풍을 일으킨다.

요즘 지구적으로 비만 아이들이 급증하는 이유도, 산모 시기에 단 것,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당 혈액이 태아로 흐르고 이 때문에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가 비대해진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해결책은 고단백 아닌 고지방 식이!

에트킨스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 고기와 채소만으로 살을 뺄 수 있다는 시도는 시대를 관통하여 유행을 탔다. 의사들은 '살은 빠지긴 하지만...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은 혈관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며 늘 우려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자는 살을 빼고 활력이 생기려면, 설탕과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 줄이고, 고지방 식품과 채소 섭취를 늘이라고 한다. 여기서 고지방보다 고단백 식사가 더 좋은 거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그런데 저자는 고단백 식이는 오히려 대사적으로 부작용이 많다며, 닭가슴살, 생선 위주의 고단백식이를 고집할 필요 없고 닭껍질, 삼겹살 등 고지방식이 정답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헉~)

실제로 고단백,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단기적으로 근력 약화, 매슥거림, 설사 등 증상을 유발한다. 이런 증상은 단백질을 총칼로리의 20-25%까지 낮추고 대신 지방 함량을 높이면 사라진다. 가장 건강식이라고 알려진 이누이트족의 식단은 총 칼로리 중 지방이 75-80%, 단백질은 20-25%였다.

  

그렇다면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 가금류의 섭취가 문제가 안된다는 것인가?

이들이 해로운 이유는 LDL이라는 콜레스테롤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왔다. LDL은 사실 입자가 작은 High density LDL과 입자가 큰 Low density LDL로 존재하는데, 이중 죽종을 만들어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것은 High deinsity LDL이다. 그런데 High density LDL은 고지방 식사보다는 오히려 고탄수화물 식사 때 만들어지며, 고지방식이는 Low density LDL을 높이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크리스토퍼 가드너 박사팀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고탄수화물 식단은 , 몸에 이로운 HDL을 낮추고 중성지방을 올리며 High density LDL을 올리는 반면, 고지방 식단은 정확히 반대로 작용하였다.( A TO Z weight loss study, 2007)


저탄고지 다이어트 주의사항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으라는 뜻의 '저탄고지' 식단은 초기에 근력 약화, 피로, 탈수, 설사, 변비, 메슥거림, 체위성 저혈압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인슐린의 나트륨 재흡수 작용이 저하되면서 소변량이 증가하고 수분 소실과 저혈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케토적응 현상이라 하는데,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고 지방 함량이 너무 낮거나, 바뀐 식단에 충분히 적응하기 전에 격렬한 운동을 해서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단백질 대신 지방 섭취를 늘이거나 소금 섭취를 하루 1-2그램 늘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철저히 이행해야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해야만 체중감량 효과를 보는 분도 있고 어느 정도만 줄여도 살이 빠지는 분도 있다. 이런 차이는 개인의 유전적 성향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한 가지를 더 덧붙인다. 반쯤 굶는 다이어트는 반드시 실패한다. 몸이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적응하며, 항상 배가 고프고, 두 가지 상태가 겹쳐 우울하고 예민하고 피로해져서 다시 양이 늘거나 포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백질과 지방을 원하는 만큼 먹어서 허기를 느끼지 않아야 한다. 설탕과 포도당 모두 중독성이 있어서, 갈망이 줄어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운동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만, 무리해서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우리 몸이 스스로 에너지 소비와 섭취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회복하여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고, 활발하게 움직일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난다고 주장한다.(과연 그럴까...?)


실현 가능성은?

흥미롭게도 역자인 강병철 선생은 저탄고지 다이어트에 반대한다! 첫째 이유는 살빼기 효과는 인정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밥, 빵, 국수, 과일을 피하고 기름진 고기와 채소로 매 끼니를 채우라니, 고도 비만으로 건강이 위험한 정도라면 모르되, 약간 살이 찐 정도의 동양인들조차 그렇게 가혹한 삶을 살아야 하나?라는 반문이다. 둘째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는 살을 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삶자체이기에 영양학적으로만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 줄 요약

날씬하고 건강(대사증후군 프리)하려면, 탄수화물, 설탕을 피하고 고지방식이와 채소 위주 식단으로, 단 그 정도는 개인의 행복지수와 가치관에 따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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