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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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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Sep 08. 2019

헤어지다

헤어졌다. 만남의 끝은 언제나 이별임을 이번 연애를 통해서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흙탕물이 일어나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혼란함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는 건 결국 발밑에 가라앉은 착잡함.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걸 아는데 이번에도 그 혼돈을 좋아할지 아닐지 몰라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발끝만 바라보고 있다, 상대방이 보낸 파동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버려,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오늘도 말라버린 웅덩이에서 마른세수만 잔뜩 했다. 나는 사람과 사는 것이 불편한 것일까. 서로 맞춰나가는 것이 연애라는데 나의 맞춤은 suit가 아니라 hit인 걸까. 아무래도 좋게 남지 않은 감정이 자꾸 나를 땅 밑으로 끌어내린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지. 라는 말을 캔맥주 한 모금에 마른오징어 씹듯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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