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언덕에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무가 있었다
가끔 찾아와 쉴 때쯤이면
나무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나무의 목소리는 가늘면서도 울렁거렸다
바람소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잦은 기침을 하며
나이테만큼의 시간동안
살아온 나날들을 말해주었다
처음 씨앗을 피웠을 때
키들키들 웃음 짓는 개구진 아이들과
꼬물꼬물 돋아나는 새싹들과
하늘하늘 설레는 꽃들이
환하게 만발했었다고 했다
그는 기분좋은듯 큰 기침을 하더니
더이상 말이 없었다.
바람소리를 남기도 떠나간 자리에는
자랄 수 없는 나이테와
마지막 잎새만이
뿌리를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