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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y 15. 2016

나무와 언덕

아무것도 없는 언덕에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무가 있었다


가끔 찾아와 쉴 때쯤이면

나무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나무의 목소리는 가늘면서도 울렁거렸다

바람소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잦은 기침을 하며   

나이테만큼의 시간동안

살아온 나날들을 말해주었다


처음 씨앗을 피웠을 때

키들키들 웃음 짓는 개구진 아이들과

꼬물꼬물 돋아나는 새싹들과

하늘하늘 설레는 꽃들이

환하게 만발했었다고 했다


그는 기분좋은듯 큰 기침을 하더니

더이상 말이 없었다.


바람소리를 남기도 떠나간 자리에는

자랄 수 없는 나이테와

마지막 잎새만이

뿌리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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