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편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리 Sep 21. 2022

마피아는 고개를 들었다

 밤낮이 바뀐 지 며칠째다

모두가 자는 동안 홀로 깨어있고

모두가 깨어있는 동안 홀로 잠에 든다


해가 떴다

무거운 몸을 애써 이끌고

밤이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뜨인 눈꺼풀 사이로 햇빛이 들어 제법 시렸다


밤에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바라보고

낮에는 빛 속에서 어둠을 바라보았


수면안대를 썼다


그럴듯한 밤이 되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모니터 아래 사람들은 아무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밤사이에 한 명이 죽었습니다

(마피아는 나 혼자였으므로)

커다란 화면 속 스러져간 사람들은 모두 시민이었


누군가는 죽었는데

누군가는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밤사이에 죽어나간 사람들을 생각했다

손에는 권총이 없었다


알람이 울렸다

눈을 뜨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대를 벗었다


밤이었다


다시 찾아온 방 

모니터 속 불빛이 네모진 방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창 밖은 밤이었다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모니터 아래

시민들이 밤새 스러져갔다

누구의 손에도 권총은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