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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y 31. 2017

바람

우리는 모두를 바람이었다

달빛을 쬐는 진달래 엽록소의

조그마한 기침소리에

깜짝 놀라 파도가 부서지는

모래사장까지 달려오는 것이었다

사소한 미동은 눈감고 떨면 그만인 것을

달팽이의 더듬이 굴리는 몸짓에

하염없이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가끔은 혼자서

아무도 오지않는 섬에 가 앉아 생각을 하곤 했다

바라는 일은 쉽고 바람은 쉽게도 불어와

얕은 가지 하나쯤 흔드는 일쯤은

아무일도 아닐 것이라고

하지만 바람은 바람보다 손끝을 스칠 수 없었고

바라보는 것은 미세혈관 속 적혈구가

심장에 닿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모두의 바람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끼리 스치는 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눈을 감으면 달팽이관에도 바람이

오래 머무를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바람을 맞는 일은

아무리 막아도 틈을 비집고 빠져드는 모래처럼

오래 참아도 쉬어지는 호흡처럼

바람은 계속해서 흔들고 흔들리면서 끝없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바람이었다

세상은 홀로 돌아가지 않았다

곁을 맴도는 것도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회전하는 일조차

결국 누군가의 바람이었음을

그림자를 만든 태양이

그림자를 좇는 일도 달의 바람이었음을


그렇게 그렇게

바라는 일도 바람의 일도


바라는 것은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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