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뜨는 너의 이름을 눌러보았다
그것은 네가 아니었음에도 세상의 모든 이름은 오직 너에게로 향해있는 것만 같았다 내게로 와 꽃이 될 수 없는 너의 이름을 수없이 불러보았지만 우습게도 메아리조차 맺지 못했다.
아침이 되면 내 머리 위엔 네가 뜨고 밤이 되면 너에게 가려져있던 또 다른 네가
여전히 반짝거렸다
세상은 너로 시작해서 너로 끝났다.
하루종일 방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까만 도화지에 검은 연필로 너를 그리고
다시 까만 지우개로 너를 지웠다.
두근거리는 핏줄들은 심장을 찾지 못해 서로 방황했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몇날 며칠을 떠돌아다니던 나의 반짝임은 더이상 너의 이름을 찾지 않았다.
지친 목소리는 갈라질 틈이 없어 추욱 늘어져버렸고 새롭게 꿈벅이던 갸냘픈 속눈썹은 축축해졌다.
이제 세상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세상은
오직 부유하는 흐느낌으로
웅성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