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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리 Mar 14. 2017

우려낼수록 깊어지는

라벤더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5분 후에 꺼내서 드시란 말에 부러

10분을 더 기다렸다


5분은 산뜻한 꽃가루 향이

5분은 진한 꽃잎 향이

5분은 무거운 꽃줄기 향이


찻잔에 우러나왔다


나는 차를 마시며 너를 사랑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네가 좋아지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너와 헤어지는 일이


마음 속에 우러나와 나의 온 몸에 가득 퍼졌다


우려낼수록 깊어지는 향은 달콤한 추억을 남기고

깊어질수록 우러나는 맛은 씁쓸한 미련을 남긴다


눅눅해진 티백을 꺼내 옆에 두고

잔 속을 보니 라벤더 향을 주고 떠난

꽃잎 속 엽록소가 밑바닥에 커피점처럼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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