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다 일어서다
이제 가을이 멀지 않은 것 같아. 한 여름의 장맛비와 달리 지금 내리는 비는 선선한 가을 흔적을 담고 있거든.
난 가을을 유난히 좋아해. 가을이면 우수에 젖은 듯 괜히 낙엽들을 따라 거리를 걷곤 했지.
그러다 눈에 띄는 가랑잎을 손바닥에 조심히 담아 들고 두꺼운 인문서적 안에서 말려 한겨울에 하얀 편지와 함께 띄웠었는데.
올 가을이 지나면 사랑했던 그에게 전할 우리 사랑했던 2001년의 상흔이 남아있을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살다 보니 스무 살, 스물하나 그리고 스물둘도 과거로 지나는구나.
세월이 흘러 아득한 첫사랑으로 그가 멀어질 즈음이면 난 아마 또 다른 빛깔의 사랑을 하고 있을 테지.
다시는 헤어지는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아. 평생 가까이에서 마주할 사랑을 위해 내 남은 생애 전체를 보내야 한다고 해도 서두르지 않을 거야.
현실에 굴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을 테고 나만은 꼭 위대한 사랑을 실현시키고 싶다. 위대한 사랑. 내 전부를 주는 사랑. 함께 있어 온전해지는 사랑. 세상 끝까지 지속되는 사랑.
이 사랑이 환상이 아님을 내 안에서 보여주고 싶어.
세상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 역시 할 수 있어. 세상 누군가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어.
세상에 나와 참 닮은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생각, 취향, 분위기, 멋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내 이상이 현실이 되어 삶과 사랑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모습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하찮은 우연에 따라 생기며 그만큼 덧없는 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미혹이다. 사랑은 천상의 약속이므로 천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가 쓰는 사랑은 이것과는 많이 다를 거야.
사랑은, 진정한 사랑은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 것이다. 생이 다해 같이 할 수 없을 때에도 애잔한 추억이 사랑을 끌어갈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나보다 더 소중한 너를 만나는 일이며 사랑하게 되면 오직 나일 때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비로소 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현재 숨 쉬고 있는 나를 마침내 살아가게 하며 깨어서 살아가는 세상은 그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세상은 진정 함께 걷는 든든한 길들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