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운동하면서 우주의 완결성을 이루는 것과 같다. 여기서 자유가 태어난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작가라고 부른다. 같은 목적으로 만난 수백 명의 사람들. 한 명, 한 명 자신의 소개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모두가 이토록 다르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으며 놀라웠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났지만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개성이 넘친다. 그 모든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수줍은 듯 웃으며 이야기하는 사람, 뛰어나게 춤을 잘 추는 사람, 한마디 한마디에서 유머가 흘러넘치는 사람,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 이야기를 술술 날개를 달 듯 달변가인 사람, 누구와도 눈 마주치며 리액션을 잘하는 사람.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진행하며 하나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가진 사람, 센스 있게 사람들이 좋아할 선물을 밖으로 꺼내는 사람,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을 줄 아는 사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아깝지 않게 내놓는 사람,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각자의 색깔로 살아갈 자유로운 영혼들.
나의 스승들
그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그 공간을 가득 메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성향도 취미도 매력도 모두 같다면 그 공간을 그토록 즐겁고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을까? 사방으로 퍼지고 온갖 다른 색깔과 선들이 엉키고 설키며 아름다운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그 공간이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은 아마도 우리들의 얽힘이 부딪히며 웃음소리를 내고, 공통분모를 찾아 박수소리를 빚어내고, 엇갈리는 생각 속에 놀라운 빛을 발사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 공간에서 드라마를 몇 편 본 기분이다. 돌아가며 순서대로 말하는 1-2분 시간 동안 그들의 삶을 그려보았다.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알지 못하지만 내 상상만으로도 다양한 그들의 삶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 삶이 고통스러운 삶일지라도. 그 속에서 너무나 멋지게 일어나 각자의 삶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각자의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그들이 너무나 기대된다. 함께 하고 싶다. 같이 걸어가고 싶다. 그들의 성장에 내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 물론 내가 도움 받을 일이 더 많아 보이지만. 그들에게 응원의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짧고도 인상 깊었던 그들의 삶이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의 글을 통해 나는 함께 성장해 간다. 가보지 않은 길들을 글 따라 걸으며 공감해 본다.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혹은 갸웃거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삶의 해답은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다만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삶이 힘겹고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가끔 그 해답을 글에서 찾을 때가 있다. 좋은 글들을 통해 얻는 것들이 많다. 물론 나는 미련곰탱이라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스승으로 삼아 배워간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以從之, 기불선자이개지(其不善者而改之)는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세 사람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것을 본받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것을 경계하게 되기에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글을 통해 보여주는 삶. 나는 글 위에서 삶을 배우기도 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실수를 통해 아픔을 함께 느끼고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이에게 상처 주었던 경험을 눈물로 읽으며 같이 아파하고 나로 인해 겪었을 내 아이의 아픔을 느낀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귀한 마음을 통해 나의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던지는 그들의 질문에 나도 따라 대답하며 해답을 찾아간다. 글을 쓰다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밀려오면 그들은 ‘일단 쓰세요!’라는 단순한 진리로 명쾌하게 답해주거나 ‘지금도 잘하고 있잖아요!’ 따뜻하게 응원해주곤 한다.
내 길만 따라가면 턱없이 부족할 인생길을 글 길을 따라가며 여러 결의 복잡한 길을 경험하며 빛나는 분들의 소우주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내 삶은 풍요로워진다. 우주는 무질서 속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롭게 내게 다가온다. 이것이 글뿐이겠는가!
감사한 분들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속이 뜨끈뜨끈 거린다. 어제의 여운이 남아서 오늘도 행복에 젖어있다. 비타 500을 한꺼번에 몇 병 까먹은 기분이다. 잠이 오려나. 내일 새벽, 아침을 일찍 여는 이들의 방문을 열고 내일부터 출근하기로 약속했는데 밤이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