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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Oct 23. 2024

여든 철수의 사랑 노래(1)

아버지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젊은 시절 사랑하다 떠나보내고, 그리움에 눈물짓는 청년 철수. 애틋한 마음 남겨 두고 고향을 떠나던 날에도 가슴에 묻은 사랑이 있었을까.


팍팍했던 타향살이에 다가왔던 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떠다던 날, 절절하게 사랑했던 그녀를 잊지 못해 대폿집에서 소주병을 기울이던 잠 못 이루던 밤도 있었겠지.



아버지의 사랑 노래 몇 편을 옮겨본다.

첫사랑(1)

정이 가네, 사랑가네
첫사랑 순정이 가네
가슴 넓은 그 남자 부드러운 첫인상
내 마음 휘어잡네요
눈웃음 오네, 손을 잡네요
미소 짓는 그 매력에
내 가슴 녹아내리네
어이하나요
어이하나요  
아~ 아~ 어이할까요

풋풋한 소년의 마음에 다가온 한 여인은 아름다운 미소에 절로 반하고 그녀에게 온 마음을 뺏겼나 보다. 그 시절로 돌아가 첫사랑의 향기를 간직한 아버지의 노래.


떠난 사랑(2)


사랑 주고 정도 주고 미련 없이 떠난 사람아
연극이었나 거짓이었나 잊지 못할 그 사람
내가 속았나 내가 당했나 참지 못할 미운 사람아
멀리는 못 갈 거야 돌아올 거야 내 사랑이 그리워서
내 정 못 잊어 돌아올 거야 돌아올 거야

내 팔자 내 신세 맞춤 노래 수천 곡
사랑했다 미안하다 떠난 님 기다린다
정든 님 야속하다 나를 두고 떠나가네

보고싶다 돌아와요 낯설은 타향땅에
홀로가는 나그네 임자잃은 돛단배
어디로 흘러가나 정처없이 흘러가는
나그네 신세 끝이없는 노랫말에
부르고 불러봐도 가슴은 허전하네

천륜에 부모형제 소꼽친구 연인친구
파란만장 살아온길 눈물도 영광도
행복도 있었지만 누구나 한번왔다
한번 가는 길 뒤돌아보며 회상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에 위로하고
동정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안타깝게도 늘 변한다. 사랑한다 해놓고 떠난 그녀를 향한 그리움은 쉬이 잊혀지지 않고 허전한 가슴은 술로도 채울 수 없는 철수. 타향살이 외로움과 서러움을 사랑으로 잠시 잊었을 테지만 사랑도 잃고 빈 가슴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사랑이 떠났다고 사랑했던 기억마저 거짓을 아니었음을 철수도 알았을 것이다. 그저 야속한 마음에 떠난 사랑을 탓하는 철수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나는 속았네(3)

알량알량알량 하며 사랑해놓고
어렁어렁어렁 대며 떠난간사랑
몰랐네 속았네 그 사랑에 속았네
이꽃 저꽃 사랑꽃 먹고간 사람
사랑의 사기꾼 나만을 사랑한다
나없이 못산다고 새빨간 거짓말에
나는 속았네 사랑의 거짓에 나는 속았네

철수의 마음에서 나오는 노래 속에서 사랑에 빠졌던 철수를 만나니, 쑥쓰러운 웃음이 입가에 지어진다. 이별의 슬픔을 겪은 청년, 철수가 아른아른 빗방울 흘러내리는 창밖으로 그려진다. 당신도 젊은 날에 사랑을 했던 우리들과 다르지 않았음에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아프지만 사랑은 아름답지 않은가.


눈썹까지 하얀 눈이 내린 철수의 마음 속엔 젊은 날의 사랑 이야기가 들어있었네. 그 생각 끝에 다행이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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