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퇴근길 엄마와 통화하는 건 나의 일상 중의 하나. 짧게라도 저녁은 드셨는지 오늘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하고 말이다. 사실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이유는 엄마가 뭘 하셨는지 궁금하기보다는 "엄마!"하고 부르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말 때문이다. 엄마를 부르는 순간, 엄마가 "딸 오늘도 고생했네, 힘들었지?"하고 물어봐주시는 위로가 담긴 목소리.
사실 아빠에게는 가뭄에 콩 나듯 전화하는 편이다.요즘 아빠의 글을 매일 보고 쓰고 있으니 아빠 생각이 절로 난다. 엄마에게 전화를 누르는 대신 "아빠!"하고 전화기 너머 안부를 전한다. 옆에 계시던 엄마의 목소리도 "우리딸!"하고 저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아부지, 오늘은 목소리에 게으름이 가득하셔. 자전거 안타신 거 같은데?"
"오늘 나가려다가 귀찮아져서 안 나갔어. 이제 늙었나 오늘은 자전거도 타기 싫네."
"그건 늙어서가 아냐 아부지. 나도 그래. 요즘 헬스장 가는 게 꾀가 나. 귀찮고 말야.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아버지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청년 철수 왜 그러시지? 실망시키지 마요.'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