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샤워라도 하고 오자

나의 운동법

by 빛방울

오늘은 하기 싫다.

나가기 귀찮다.

그래도 신발을 신고 나서면 어느새 헬스장에 온 나를 발견한다.


"오늘은 가지 말까?" 던지면,

"그럼 샤워라도 하고 오자." 받아친다.


운동 가기 싫은 한 사람과 그래도 덜 싫은 누군가가 이끌고 나서면 '샤워만 하고 오자.'는 말은 어느새 까먹고 러닝 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생각 없이 "Just do it."

운동을 시작하고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운동해야 하는데'하며 끝을 흐렸던 새해 첫날부터 '다음 달부터 할까?' 하며 미루며 스치고 흘러갔던 매달 첫날들. 그렇게 수없이 했던 말들 뒤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후회와 아쉬움만 남을 뿐.


생각 없이 일단 헬스장 이용권을 끊어놓으니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되었으려나. 물컹한 살들이 탱글 탄력을 찾은 나의 몸 여기저기. 5층 계단을 오를 때 헉헉거리던 나는 19층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가뿐히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보니 그냥 매일 왔다 갔다 헬스장을 다니다 보니 나는 어느새 운동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녁시간. 책을 좀 더 읽고 싶은데 운동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잠시 잠깐의 떠올렸던 시간들은 지나고 이제는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를 단단히 만들고 먹는 음식을 건강한 음식으로 가려먹는 사람이 되어갔다. 5kg도 겨우 들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내가 20kg의 무게를 거뜬히 들어내는 파워우먼이 되었다.


그동안 나에게 하겠다는 다짐이나 의욕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그저 시작하고 매일 꾸준히 해나가는 습관의 시스템이 필요했던 거였다. 나는 신발끈을 매고 현관문만 나서기만 하면 되었다. 언제고 내가 가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헬스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게으른 마음이 일어날 때 "나가자!" 한마디. "오늘은 그냥 가볍게 러닝만 하고 올까?" "샤워라도 하고 올까?" 하는 말을 던져주는 서로가 1년을 넘어오게 만든 힘이 되었다.


김연아와의 인터뷰 내용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연습을 하냐고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지."


그냥 하자. 건강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면,

Just do it.

시작도 하기 전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운동을 할지를 정하고 어떤 센터로 갈지 언제 할지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리기 전에, 그냥 해보자. 일단 시작하면 오히려 답을 찾을 수 있다.


몇 년 내내 생각만 하다가 겨우 1년 전에야 운동을 시작했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이야. 잘했어. 그냥 해보자. 꾸준히. 지금처럼."


운동을 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운동을 하기 전에는 허리를 구부리고 샴푸로 머리를 감지 못하던 시간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침을 맞으러 가거나 정형외과를 찾아 치료를 받던 나는 이제 없다. 딸이 내게 와락 안길 때 기운이 없어 불안하던 나도 없다. 다 커버린 중학생 딸을 번쩍 안아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땅에 단단하게 온전히 서 있는 느낌이 좋다. 단단하게 딛고 일어서는 힘, 일상생활 속에서의 다정함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덕분이야. 그냥 하는 마음. 대단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걷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쭈욱 걸어가기를!


자, 그대도 지금 바로 시작해 봐요!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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