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한 겨울이 지나고 2월이 다 지나갈 때 즈음 아직 겨울인가 보다 하다가도 짙은 갈빛 사이로 뾰족이 내민 초록 새싹들이 얼굴을 내민다. 아직은 푹신 거리는 오래된 낙엽 침대 사이로 일어나라고 초록빛이 말을 건다. 잎하나 걸치지 않은 나무 끝으로 겨울 빛깔 사이로 초록머리칼을 한 올 내밀고 나오기 시작한다.
모두 거기에 있었구나. 차가운 기운에 모두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 긴 겨울의 매서움 속에서 잠을 자다가 깨어서 천천히 천천히 봄을 알리러 나왔구나.
거리에 봄햇살 받으러 나온 아가들이 아장아장 걸음으로 걷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길가에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환한 기쁨을 안겨준다. 그 아이는 순간, 나의 아이가 아니라 세상의 아이가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가다가 뒤돌아 쳐다보게 한다.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한다. 친절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아이와 세상은 그 순간 하나가 된다.
존재 자체로 보물이 되는 귀한 것들. 그것은 길가에 핀 노오란 민들레가 될 수도 있고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가 될 수 있다. 서점에 잠시 들러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눈물 핑 돌게 하는 책 한 페이지, 창가로 깃드는 따뜻한 햇살. 그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봄을 만난 듯,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처럼 우연히 고마움을 느끼게 될 때 보물을 발견한 듯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칼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두터운 옷사이로도 찬 바람이 파고드는 추운 겨울이 왔다. 하지만 내 마음이 항상 봄이 될 수 있는 것은 수시로 내게 배달되는 따뜻한 선물 덕분이다.
어느 바닷가 서점에서 만난 작가님의 책. 그 안에 정성스레 써 주신 글.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는 건 뭔가 대단한 일 같아서 부담스러운 말이 될 수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당신의 강릉에서,허태준 작가님이 주신 책 - 나는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슬퍼한다면 꼭 안아주는 일. 넘어진 누군가를 손 잡아 일으켜 주는 일. 걱정과 고민으로 답을 찾을 길 없는 이들에게 함께 찾아보자고 힘을 보태는 일. 외로운 길 고양이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일. 눈을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하고도 보잘 것 없지만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작은 행동이 아닐까.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동시에 누군가가 내 손을 함께 잡아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것은 없다. 서로에게 마음이 닿아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챘을 때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