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내가 바라는 나, 남이 보는 나

결국에는 나로 인해 받아들여지는 상황

by 폐관수련인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개인의 수리적인 능력이든, 예체능, 사람의 이목을 끌리는 시선처리 능력이든. 어딜 가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내가 나의 능력을 키우는 건, 가족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싶어서이다. 내가 난관들을 부술수록, 그만큼 내 동생이 할 수 있는 방법들도 먼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이것을 바랐고, 나 또한 스스로가 이런 방법을 좋아했다. 하나하나 닥치는 대로 내가 습득하면, 아주 작은 양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승부욕, 자존심이 강하다는 걸 20대 중반에 와서 깨달았다. 내가 주변 사람들을 다 잡아먹어버리니 다가오기가 힘들어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때도,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재밌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는 도와주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잘 헤쳐나가기 때문이었다고 들었을 때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갔었지만, 이런 이유는 내가 계산적으로 다가가서가 아니라, 애초에 내가 보여준 모습들이 사람들과 선을 그었던 행동들 때문인 것 같다.


터무니없는 일들에 둘러싸여서, 꼭 난관들을 하나하나 부숴가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도망쳐도 되고 울어도 되는 거였다. 대학에서 회장직을 맡았을 때는 동기들과 동생들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나는 그게 학과 공부도 힘든 애들에게 일처리를 주는 것이 부담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 역할도 안 주고 과 전공에만 집중하도록 했었는데, 그게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다.


혼자 100명의 집단에 총무, 기획, 회장, 부회장 역할을 했었다. 나는 사람과 함께 갈 줄 모른다. 내가 생각했던 배려가 상대방에게 상처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옆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내가 잘못된 길을 가면 혼내주거나 함께 의논할 사람이 있었으면 더 나은 상황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또한 내가 애초에 독불장군으로 나가서 아무도 엄두를 못 내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일들을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집에서 오해를 만들게 된 것 같다. 사람을 꼭 부려야 하는가? 같이 가는 게 아니라? 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듯, 사람 관계에 친밀도를 높이려면 믿고 맡기는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회성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런 나에게 선배들의 한두 마디의 조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험자들의 조언 덕에 일의 분배를 시켜 사람들과의 신뢰를 쌓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후배로부터 자금 횡령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게 우선이었다. 당사자는 잠수하여 군대로 회피했고, 가족들은 연락이 되지 않았었다. 일머리와 공부머리는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이게 없었다. 사람 보는 것도 일머리가 있어야 볼 수 있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조언이 잘못된 건 아니다. 타인을 의심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의 신중하지 못했던 생각을 탓하는 게 맞았었다.

후에 연락이 닿아 물어봤을 때, 그 친구는 내가 이전에 모든 역할을 수행하면서 횡령을 했다고 답을 정해놨었다. 내가 했었기에 본인도 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말에 내가 사람에게 신뢰를 참 못 주었구나 했었다.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 걸까 생각해 보니 결국에는 내가 굴린 선택의 스노우볼이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실수가 이 친구에게 섭섭함을 주었을까, 아니면 내가 했던 행동에 잘못된 방향이 있었을까 갖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신념대로 행동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준 게 없는 것 같은데, 참 많은 미움들을 받은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오버스럽거나, 오지랖 넓게 행동하거나 혹은 나도 모르는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정작 문제점을 고쳐나간다고, 곁에 머물러 주지 않았다. 그냥 내가 풍기는 분위기가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의 분위기인가 싶다.


20대는 사람관계의 이해에 대한 공부가 주된 테마였던 것 같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사람마다 나고 자란 환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맞지 않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일에 자신이 있었는데, 사람관계만 나오면 잘 안된다.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성으로서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독일에 와서도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나를 어려워한다. 출퇴근 시간보다 2~3시간을 더 일하고 휴가조차 쓰지 않으니, 직장 head께서 강제 휴가를 권유하셨었다. 그렇게 다녀온 튀르키예와 스위스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얻어온 것 같다. 다시 돌아봐도 참 고마운 인연들인 것 같다.


이제 30대에 들어섰으니, 앞으로 할 것들도, 이해할 것도 수두룩하다. 나는 더욱더 발전할 수 있다.

이 또한 부단히 깨우치고 마음의 자신감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언어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