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혼잣말

사람은 100% 믿는 게 아니다

인간관계의 갈등, 벽을 쌓는 이유

by 폐관수련인

어떤 인연으로라도 만나게 되었는지 신기했던 인연들이었지만 만났었을 때는 최선을 다했었다. 그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떠먹여 줄 필요는 없었던 거였다. 내 신분 또한 다 드러낼 필요가 없었고 여행 왔으면 여행 역할에 맞게 사진이나 찍고 같이 밥이나 먹으며 관광하는 거다.


스위스에서 시간의 우연으로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몇몇은 난처한 상황들에 있었던 것을 도와줬었다. 그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내가 거기로 향했나 보다. 그런데 보답을 해준다고 한국에서 물건을 대신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입국 후 3주가 넘는 동안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화나는 것은 그 물품의 값도, 잠적하며 계속 까먹었다는 답변들도 아니었다. 소포가 언제 오냐고 물어보는 가족들이었다.


내가 사람에게 뒤통수 맞은 것을 가족이 들이 알게 된 게 가슴에 사무치도록 싫다. 이래서 사람에게 마음을 열거나 100% 믿으면 안 되는 거다.


학교 해외 봉사를 계기로 만나게 된 후배가 있다. 이 친구가 나로 인해 영향을 받아 독일의 대학원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좋은 소식이었다.

학과는 달랐음에도 잘 되기를 바라서 이리저리 직접 찾아보아 도움 주었더니 덜컥 합격했다. 이 친구가 잘한 것이었다. 물론 이 친구가 잘 되었으면 했지만 내 친척들이 독일 유학을 준비한다면 조언 줄 수 있도록 예행연습 한 것이기도 하였다.


이번 주부터 또 내 supervisor와 group head가 강제 휴가를 쓰게 했다. 내가 쓰지 않으면 그들이 끌려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한다.

다시 갑작스럽게 일정을 짜야하니, 여간 머리가 아팠다. 차라리 집에서 폐관 수련이나 하거나 독일 당일치기로 돌아다니는 것을 생각했는데, 이 후배가 연락 주었다. 그곳에 있는 한국인 대학원생을 소개해 주면서, 학과도 같으니 서로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사진도 이미 다 보여주고, Linked in으로도 내 프로필 조회한 기록이 확인되니, 그 친구도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긴 했나 보다.


이번 스위스 여행은 참 일이 꼬였었다. 가기 전, 여행 도중에, 다녀온 후 셋 다 사람 관계로 인한 고찰들이 있었다. 3주 전부터 약속 잡아놓고 스위스 출국 전날 만나기로 기차표를 예매했었는데, 당일 아침에 출발하려니 연락이 왔었다. 일정이란 게 갑자기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게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어물쩍 넘기려고 하는 게 목적이면 본인 좋자고 말하는 거다. 기차표 돈 10만 원보다 사람 관계에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더 마음 아프고 속 쓰렸다. 이번 여행이 그렇다. 내가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아니면 빨빨대며 웃고 다니는 모습이 다루기 쉽게 보였던 건가 싶다.

이러다가 본심을 보이면, 사람이 차가워 보인다느니 속 마음을 알기 힘들다느니 뭐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것보다 이렇게 태도가 돌변하는 게 상황들을 자주 반복되니 점점 진절머리가 난다. 애초에 사람 안 만나고 혼자 지냈을 때는, 이런 정신 감정이 소모되는 일이 없었다. 항상 사람 관계가 문제이다.


이 친구는 내가 여자친구가 없으니 소개해 주려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생각해 주는 게 꼭 나쁜 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힘들어 보이나? 외로워 보이는가? 이런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고찰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화가 안 풀렸던 걸까. 원인을 모르니 며칠 동안 속의 화를 끌고 다녔다.


스위스 복귀하는 날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 관계를 무 자르듯 잘라버리면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래서 내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 거 아닌가. 화가 났었던 건, 나는 원치도 않는데 혼자 불도저 밀어버리듯 진행한 것에 화가 났던 것이었다. 다 내 자존심 때문이었다. 아무리 친하게 지낸 사람이라도 선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죽일 듯이 대한다. 사람이 참 뾰족하고 까칠한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 관계에 녹아들기 싫은 건지. 뭐 돈 한두 푼으로 그러냐, 이런 일로 그렇게 화낼 일인가 하는 반응들은 그건 당신들의 생각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사회성 있는 사람이라 곳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이상을 찾기 위해서는 이런 자존심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언제고 이런 마음이 누그러질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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