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김영광 주연 영화 아님 주의
대학에서 1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동생이 있다. 2011년, 시끄러운 대학가를 떠돌며 이리저리 학과, 동아리의 술자리가 있을 때면, 자리를 찾아 사람관계 이해를 위해 마구잡이로 기를 쓰고 달려든 적이 있었다. 한 살 아래의 이 동생은 그런 자리를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오래 머무르진 않았다.
나는 가끔 보이는 이 동생을 보거나 마주칠 때면, 그저 자주 보이기 때문에 술 좋아하는 과 후배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복학 후 강의실에서 먼저 인사해 주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그때 그 시간을 기억해 주는 게 그저 반가웠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후에 함께 네팔을 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그저 나와 같은 부류일 것이라는 느낌 때문에 함께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이 동생한테는 같은 성씨의 동기가 있다. 둘이 죽이 잘 맞아 전시회고, 공모전이고 참가하며 자기 계발에 힘썼었다. 할 말은 하는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그런지 교수님의 막말에도 반박하고 든다. 반면에 아무 소리 못하고 교수한테 무조건적인 예스맨인 내 모습에 비해, 그런 모습이 참 부러웠다.
그런 동생이 결혼한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이제 곧 미국에서 와이프랑 함께 살 예정이라니 조만간 미국에서 만날 수 있겠다.
2016년,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네팔 산지에서 집을 만들고, 시멘트가 덜 마른 벽 옆에 캠프를 지어 생활했었다. 2주가량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1월에 가서 날씨가 꽤 쌀쌀했다. 봉사활동 내내 우리 주변을 계속 맴도셨던 네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나한테만 계속해서 덕담이나 칭찬들을 해주셨다. 워낙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이다 해서 그런 칭찬들을 해주시는지 알았는데 통역사한테 들어보니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쩐지 나한테 그때 당시 여자친구랑 헤어지라는 둥, 장군감이라는 둥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하더라니. 그러려니 했었는데, 하루는 아침 일찍 지역의 산 꼭대기 사원에 올라가서 큰 도마뱀을 본 적이 있었다. 15~20명의 사람이 도마뱀을 보았는데, 그 할아버지가 미친 듯이 웃으시더니 혼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지목하시며 떠드셨다.
통역사가 말하기를, 그 도마뱀을 본 순서대로 결혼한다고 했었다. 소름 돋는 거는 지금 그 말대로 되고 있다는 거다. 한두 명씩 결혼하면서 도마뱀 이야기를 꺼내니 얼추 맞는데, 한 2~3년은 그러려니 했었다. 이번에 결혼한 그 동생은 나보다 10명 앞이었고, 그 친구의 동기가 다음 차례이다. 나는 어차피 뒤에서 두 번째라 별 감흥도 없지만, 보긴 봤으니 언제이고 인연은 생긴다는 소리겠지.
그 네팔 할아버지는 말도 안 통하는 내게 자꾸 다가와서 영어로 대화시도하시던 게, 당시에는 왜 자꾸 일하는데 덕담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 갔었지만 지금에서는 내 정신머리를 좀 챙기라고 하셨던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건, 내가 언제이고 나를 싫어하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나로서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이 동생처럼 남도 사랑할 줄 알게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