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지난 글들을 읽어보니 두서없이 빙빙 돌려 말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똑같은 레퍼토리, 그 끝에는 결국 자기 비하와 해결되지 않은 복잡함 들만 남아있다. 폐관 수령인답게 사는 건 좋으나 언제까지고 사람이 혼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을 보면 눈부터 본다. 눈 속에 진실이 담긴 것 같다. 특정 빛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본 사람들의 몇몇은 그 사람이 상황을 마주하고 행동하거나 자기주장을 할 때 특유의 색깔을 띤 돌처럼 빛을 가지는 것 같다. 개성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는 직접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남에 의해 색깔이 비치는 경우도 있다.
가진 거 없고 불완전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은 언제나 미숙하고 재주 없지만, 그만두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곁에서 힘을 보태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꾸만 겉도는 원인 모를 감정은 내 발걸음을 그 사람들에게 향하게 했고,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능성이 보이게 되었을 때,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누군가 도와주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뚜렷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껏 사람 관계에 참 많이도 치였지만, 이들로부터 뒤통수를 맞게 되어도 쉽게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관계를 쉽게 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에게 해주는 에너지 넘치는 말들은 사실은 내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미워하지만, 언제나 사랑해 주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다. 사실 이마저도 남에게 듣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나 편하자는 이기심이 빛바랜 돌처럼 보여서 그때부터 사람과 멀리하게 된 것 같다. 오로지 일 적으로만 유지되고, 사사로운 감정은 접어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내가 나를 잘 모른다. 사람 관계는 내 인생에 1 순위가 아니라고 자기 암시한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면 그제야 깨닫지만, 그것 때문에 내 일을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중요한 건, 그런 사람 관계에 시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거다. 그들은 애초에 누가 좋아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나아간다. 사람과 친해져 소속감을 느끼든, 핑크빛에 돌아 이성관계에만 빠져있든 내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