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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세계 속으로(Tschechien)-6

체코 여행의 마무리, 가자 집으로

by 폐관수련인


체코 여행 6일 차 이동 경로
체코 여행 6일 차 이동량


마지막이라도 뛸 건 뛰어야지


오후 12시 30분 기차를 타러 가야 하니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뛰는 김에 안 봤던 관광지까지 보고 왔다.


카프카 움직이는 동상
프란츠 카프카 동상

체코인이 사랑한 유대인 출신 독일어권 작가이다. 이 문학 작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24톤의 판금 재료로 구성된 이 동상은 총 42겹으로 제작되었다. 실존주의에 기반한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변심, 심판 그리고 실종자가 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동상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위에 있어서 사진 찍기도 어렵고 쉽게 지나칠 것 같다.

체코인들이 인간의 무의식을 최초로 발견한 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심리학자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학자가 태어난 곳은 체코였었던 유대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가이드님의 말로는 체코가 세계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에 붙어 피해가 적은 국가 중에 하나인데, 이후 독일이 패전 국가가 되고 과감히 내쳤다고 한다.

당시 힘없던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나치에 피해받은 국가 중에 하나이겠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적인 이유로 독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한다. 세계 국가들은 어떻게든 바다를 껴야 국력이 유리하기 때문에 항구도시의 소유가 필수적이다.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 당시 함부르크의 조차지구인 몰다우하펜(Moldauhafen)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2028년 독일에 귀속될 예정이다.


매달린 지그문트 프로이트 상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다음에는 진짜 누구라도 좋으니 함께 오자

프라하 아침 건물뷰

체코의 카렐 대학은 1348년 설립된 중세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최초 설립자의 동상이 학교 옆에 있다. 여담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은 이태리 북부 볼로냐 (1088년) 대학이 있다.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체크아웃을 했다.


프라하 국립 박물관

중앙역 근처에서 들를 수 있는데, 보고 싶었지만 진짜 시간이 없다.

날이 너무 더워지는데, 땀 뻘뻘 흘리고 계속 길을 못 찾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프라하 중앙역 외부(왼) 내부(오)

아니 근데 웃긴 게 위의 프라하 중앙역 외부 사진을 찍는데 여기 길이 막혀 있었다. 아래에 보이는 터널을 통해서 가야 했다. 뭔 교통 도로가 이래?


시간 재차 확인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까 6시 약속에는 맞게 가겠네!라고 이때까지만 해도 별 걱정 없을 줄 알았다. 올 때는 그런 걱정 없이 잘 왔으니까


프라하 중앙역 지하 이동 통로

그렇게 파란색 체코의 유로 기차를 타고 독일로 향했다.

이 기차가 프라하-베를린-함부르크까지 가는 것이기 때문에, 탑승하는 사람들도 어떻게든 베를린까지는 갔어야 했다. 그런데 1시간 정도 가다가 문제가 생겼다. 우스티나 트라벰 이라는 도시에서 갑자기 다 내리라고 통보받았다.

베를린행 1차 환승 경로, 우스티나 트라벰

진심 뭔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 원인도 안 알려주고 무작정 대기하라고만 해서 15분 정도 대기했다.

이때부터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룹이 셋으로 나뉘었는데, 무작정 대도시로 이동하면 답이 나온다는 파, 여기서 제공해 주는 거 기다리자는 파, 그냥 플렉시버스 타고 원큐로 가자는 파


정신없이 구글맵스, DB 어플만 확인하고 있는데 죄다 먹통이라는 내용만 표시되었다.

1시간 동안 이야기 나누며 갔던 함부르크 거주하는 러시아인 여자와 길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한국인이세요?"라고 본인 몸처럼 큰 캐리어를 이끌며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첫 해외여행이 독일인 상황인데, 지금의 상황에 대한 아무 이해가 없었다. 이런 순간도 사람을 돕는 건 팔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인연인가 싶어 돕게 되었다. 그렇게 베를린으로 향하게 되었다.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마을-마을로 가는 기차가 도착하고 베를린 가는 기차냐고 세 번을 물어본 끝에 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안에서 티켓 검사 하시는 직원분께서 이거 베를린 안 가는데?라고 하셔서 내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래 침착하자, 일단 하나하나씩 해보는 게 우선이었다.


베를린행 2차 환승경로, 포브를 리

생판 처음 들어보는 도시에 또 던져졌다.

뭔 블리? 비슷한 이름의 포브를 리에서 다시 또 내려져 15분을 기다렸다. 어쩐지 기차도 3칸밖에 없더라.

당시 스탭이 말해주길, 기차선이 터졌다고 한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제야 알려주면 어떡함

갖은 생각이 다 들게 되었다. 기차 티켓 유효, 약속 시간, 가는 방법


게다가 같이 동행하는 한국인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니 설명을 해줘야 했다.

그렇게 20분을 다시 기다리고 데친(Decin) 행을 또 타게 되었다.

일단 독일 영토까지 가게 되면 거기서는 또 다를 거라고 독일인이 설명해 줬다. 드레스덴에서 베를린은 금방이라니까.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한번 자잘하게 타고 올라가는 상황이니, 다른 회사 것을 타면 안 되고 DB의 문제로 인한 지연이니 그대로 타야 티켓이 유효하다고 설명받았다.

참 신박한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약속이 있는데...


이미 시간이 약속한 시간을 웃돌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체코 국경에 발이 묶여있다.

나는 길치는 아니지만, 혹시 몰라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나간다. 괜히 시간 맞춰 나가다가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세친의 날씨는 아주 좋네

데친

다음 열차가 40분 정도 뒤에 온다고 해서, 급한 대로 화장실과 근처에 요기 거리를 사러 갔다.

언제 올지 모르겠으니 한 사람이 여기 역에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이 먹을 것을 사 오는 걸로

카톡 교환 후 내가 길을 찾아 뛰어갔다.


데친 역 외부 풍경

아니 근데 갑자기 발견한 뭐냐 저 케이하우스는? 나중에 찾아보니 한인 민박이었었다.

은근히 이런 거 보면 한국인들도 어딜 가나 볼 수 있구나 했다. 여기 도시가 나름 큰 도시이지만, 먼 이국에서 한글을 보니 반갑다.


아니 지금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다 빨리 뛰어보자.


간단한 샌드위치와 맥주를 샀다.

날도 더운데 이렇게 된 거 마시자


웃으면서 여유로운 척을 해도, 속마음이 아주 복잡했다. 진짜 괜히 체코 갔다는 생각을 했네

그런 거 치고 또 신기했던 건, 이 사람도 유랑인가 하는 카페에서 베를린에 동행 약속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 클럽 간다는 8월의 그 예비 신부였다. 그 사람은 이미 차단을 했지만, 내가 먼저 입 닫고 가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20분을 기다리다 다시 또 10분이 연착되어 타게 된 Bad schandau 행 기차 였는데, 갑자기 기차가 뒤로 가더니 철도 위에서 20분을 다시 또 대기했다. 근무교대 시간이었다. 찜통 같은 기차칸 내부 온도에 더워서 서로 말없이 대기만 했다.


그렇게 다시 출발하게 된 Bad schandau 행에 기차가 독일 영토로 들어가게 되자 기차 내 사람들이 박수를 쳤는데 그 기쁨도 잠시 역마다 서고 또 서고, 기차보다는 전철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보니까 이곳에 산들이 많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보였는데, 기존에 1~2 칸짜리 전철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겹치게 되기 때문에 우리의 기차는 전철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기차 화물칸에 실려가는 물건들의 느낌이랄까.

데친 - 바트 샨다우 뷰


베를린행 3차 환승경로, 바트 샨다우

거기서 또 드레스덴행 기차를 30분 기다렸다. 미쳐버리겠다.

포브를 리에서부터 본 직원을 여기서도 봤는데, 그 직원이 드디어 복구가 되어서 함부르크행 기차를 타고 간다고 한다. 처음에 타고 왔던 기차는 프라하 역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다시 또 그 기차가 우리를 태우고 함부르크로 간다는 것이다. 기차 길이 하나인데, 당연히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다.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있고, 약속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에는 보기 힘든 사람이라 이런 노답 연착에 원망만 하게 되었지만, 뭐 다 뜻이 있었겠지. 아니면 아예 보지 말라는 건가. 괜히 내가 껴서 자리를 망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이 한국인이나 끝가지 잘 도와주자.

바트 샨다우 뷰, 기차여행이 덤으로 추가된 느낌
기분은 나쁜데 날씨는 좋네

오늘도 날씨 요정과 함께 하십니다

베를린행 4차 환승경로, 드레스덴
진짜 너무 하다 싶은 DB

마침내 드레스덴에 도착하고 바로 출발할 줄 알았으나 다시 또 40분을 대기해야 했다. 진짜 이제는 화낼 정신도 없다.

덥고, 지루하고, 엄한데 체력을 쓰다 보니 머리에 떡이 된 상태를 볼 수 있었네. 거기다 갑자기 역 플랫이 바뀌어서 짐을 들고 급하게 뛰어가는 상황이 생겼다.

미친 기차 그 이름 DB

DB어플과 구글맵스의 도착 예정 시간이 10시였다. 근데 기차 내부의 전광판은 9시란다. 도대체 뭐냐 될 대로 되란 식인 게 독일 기차인가. 이건 약속이고 뭐고 거기 만나기로 한 사람의 지인들도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그 와중에 이 동행하는 한국인이 저녁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숙소도 이 분이랑 기존의 약속한 사람이랑 가까워서 물건을 전달해 주고 바로 넘어가면 되는 동선이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무슨 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한밤 중에 사람을 불러...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니 내가 나이를 헛으로 먹었다는 게 티가 났다. 약속 시간이 늦을까 봐 1시간이라도 일찍 나가서 시간을 맞추는데, 이런 경우는 살면서 거의 없는 경우라 대처가 미숙했다. 이리저리 결단 못 내리는 내 모습에 상대방도 많이 난처했을 거다.


물론 약속한 사람이 내가 다가가기 어려운 유형의 사람이라는 것도 있었다. 그동안은 사람 관계를 계산하듯 철판을 깔고 들어가도 되었지만, 이 경우는 좀 달랐다.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의 부족한 사회성이 티가 나는구나.


이 동행하는 한국인은 다음날 아침 10시에 뮌헨행 기차를 타고 내려온다고 한다. 베를린에 잠만 자고 가는 거였구나.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하고 급히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집을 다시 나서는 순간, 함께 했던 동행인이 혼자 일정하겠다는 카톡이 왔다. 하긴, 내가 눈치를 많이 주긴 했다. 클럽 가자는 말에 막상 간다면 프라하에서 본 그 사람을 또 만날 것 같고, 여러 사람이랑 동시에 약속 잡는 건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까지 기다려준 이 선약의 사람은 이해심 넓게 아량을 베풀어주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나보다 참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특유의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 있다. 음영 같은 색깔로 느껴지는데, 그런 특유의 분위기는 그들의 외모나 말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노력으로는 닿을 수 없는,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사람. 나에게는 없는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왜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면만 보려 하는 건가 칭찬을 하는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갔었는데, 이상형을 떠나서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때 그녀와 함께 있던 독일인 친구들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거다. 그녀는 유채꽃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사람을 하도 분석하려 들다 보니 이제는 조금만 이야기 나눠봐도 어떤 사람인지 통찰하기 쉽게 된 것 같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는 뭐 이런 샛기가 다 있냐 싶겠다.


친구란 친구는 죄다 잡아먹어버리려는 자존심 덩이인 나는 참 무식하고 모질이 같다. 그냥 평소처럼 철판 깔면 나도 이들과 함께 녹아들 수 있겠지만, 내 부족한 사회성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마음 열어 보려 하면 방어적인 내 자존심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 그렇게 또 이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는 것 같다. 참 퍽도 어른스럽지 못하다. 그냥 이쯤 되면 사람한테 다가가는 법을 모른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이런 보석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또 보게 되겠다.


독일 돔(Deutscher Dom)

여기는 올 때마다 영험한 분위기를 뽐내는데, 호텔 앞에서 여기 조명이 멋져 사진만 주구장창 찍어댔다.

프라하 하루 타임 랩스


이번 체코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을 스산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왜 혼자인지 더욱 잘 알게 만들어주는 여행 같은데, 내 인생 관찰하며 살려면 이 점을 좀 고쳐야 한다.


3줄 요약

1. 체코 여행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2. 앞으로 기차여행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3. 사람관계는 정말 너무도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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